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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헤리티지, 트렌치코트의 탄생
진화하는 클래식 아이콘버버리의 클래식한 스타일을 고스란히 담은 헤리티지 트렌치코트 컬렉션은 첼시, 켄싱턴, 워털루, 캠든 등 총 네 가지 시그니처 핏으로 구성되어 있다. 헤리티지 트렌치코트 스타일은 런던의 자치구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각 지역의 특징을 담고 있다. 첼시는 1960년대 런던의 젊은 감각을 담은 가장 슬림한 핏이며, 워털루는 초기 버버리 트렌치코트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래글런 소매 디테일을 자랑한다. 싱글 브레스트가 특징인 캠든은 조금 더 캐주얼한 룩에 어울리는 스타일이며, 켄싱턴은 전통적이고 클래식한 스타일이다.모든 헤리티지 코트는 영국 캐슬퍼드 지역에서 제작되며, 트렌치의 모든 디자인 요소는 장인들의 기술로 완성된다. 칼라의 정교한 스티칭은 마스터하는 데 1년이 걸리며, 8개 개별 부품과 200개 스티치가 유려한 곡선을 만들어 칼라가 목에 완벽히 밀착된다. 단추와 벨트 고리 등 모든 디테일은 수작업으로 완성된다.현재까지도 버버리에서 생산하는 트렌치코트는 54장의 조각, 36개의 단추, 4개의 버클, 4개의 금속 고리 등 재단에서부터 디테일까지 제1차 세계대전 기간에 만들었던 트렌치코트와 거의 같은 구조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소재와 컬러, 디자인을 적용하여 매 시즌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다.버버리의 트렌치코트는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됐다. 버버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니엘리는 아카이브에 보관된 개버딘 원단을 분석하고 탐구하여, 버버리의 상징적인 소재를 한층 발전시켰다. 특유의 질감이 있는 트윌로 ‘구조화된 개버딘’을 새로 제작했다. 또 매 시즌 런웨이 컬렉션에서는 새로운 실루엣과 컬러, 소재의 트렌치코트를 선보이며 클래식한 스타일에 모던함과 혁신을 곁들인다.
버버리의 상징, 버버리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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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취적 정신을 담은 기마상 디자인오리지널 기마상 디자인(Equestrian Knight Design, EKD)은 1901년경 새로운 버버리 엠블럼을 찾기 위한 공모전에서 우승한 작품이다. 기마상 디자인의 기사, 창, 방패는 각각 명예, 개혁, 보호를 상징하며 깃발에 적힌 ‘Prorsum’은 라틴어로 ‘전진’을 의미한다. 이러한 요소가 어우러진 기마상 디자인으로 버버리의 진취적인 정신을 표현하고자 했다.기마상 디자인 엠블럼은 매장 실내 장식, 캠페인, 컬렉션 등에서 버버리가 지닌 혁신 정신을 표현한다. 기마상 디자인(EKD)은 브랜드의 창의적인 진화를 반영하는 참나무 잎사귀 크레스트를 적용하는 등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변화를 거듭해왔다. 다니엘 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션 아래 다시 한번 새로워진 기마상 디자인은 프린트, 가방 하드웨어, 주얼리의 모티프로 거듭나며 여전히 중요한 영감의 원천으로 자리하고 있다.
디지털 혁신으로 위기를 기회 삼다트렌치코트를 앞세워 범접할 수 없는 인기를 누리던 버버리는 1990년대 들어 명성이 점점 퇴색했다. 또 급변하는 사람들의 취향을 따라가지 못해 올드한 이미지로 인식되었다.트렌치코트의 안감으로 처음 사용되어 버버리의 상징으로 여겨진 노바 체크는 너무 쉽게 카피되었고 버버리의 고급스럽던 이미지도 한순간에 추락하고 말았다. 추락하던 브랜드를 되살리기 위해 투입된 구원투수는 1998년 새로운 CEO가 된 로즈마리 브라보이다. 뉴욕의 메이시와 삭스피스의 CEO이자 유통업계의 여왕이라 불렸던 그녀는 버버리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 포토그래퍼 마리오 테스티노와 톱모델 스텔라 테넌트, 케이트 모스, 보그 파리의 편집장 카린 로이펠트 등 당대 최고의 패션 피플들을 영입해 광고를 통한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또 1998년에는 질 샌더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로베르토 메니체티를 영입하여 새로운 컬렉션 라인 ‘버버리 프로섬’을 론칭하며 올드한 느낌에서 벗어나 모던 럭셔리 브랜드로 거듭나고자 했다. 2001년에는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베일리를 파격적으로 기용했다. 그는 혁신적이고 모던한 스타일을 전통과 접목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탈바꿈시켰고, 놀라운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엠마 왓슨을 버버리의 새 얼굴로 발탁하며 젊고 럭셔리한 브랜드 이미지 굳히기에 성공했다.2006년 버버리의 새로운 수장이 된 안젤라 아렌츠는 디지털 혁신을 이끌었다. 명품 브랜드 최초로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고, 패션 브랜드 최초로 3D 패션쇼를 시도해 실시간으로 캣워크를 감상하며 오더를 받아내는 등 패션계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컬렉션 모습을 인터넷으로 공유한 것은 폐쇄적인 명품업계 최초의 시도였다. 또 존 더글러스 CTO(최고기술책임자)를 새롭게 임명해 전 세계 IT 조직·인프라를 통합해 물류부터 매장 판매에 이르는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SNS· 모바일 분석 조직을 신설해 디지털 역량을 강화했다. 이런 버버리의 디지털 혁신은 실적을 견인했다. 2007년 8억5000만 파운드(약 1조2000억원)였던 매출은 2017년 27억3300만 파운드(약 3조9000억원)로 급증했다.
브랜드의 르네상스 재현을 꿈꾸다전 세계인에게 사랑받았지만 퇴색되어 묻힐 뻔한 버버리는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추구하며 고비를 넘겼고, 여전히 젊고 감각적이면서도 정통 영국 귀족 패밀리 이미지를 간직한 럭셔리 브랜드로 찬사를 받고 있다.1856년 설립 이후 변덕스러운 기후변화에 견딜 수 있는 아우터웨어 디자인에 전념해온 영국 아우터웨어의 선구자 버버리. 매 시즌 혁신적이고 기능적인 아우터웨어를 선보이기 위해 168년 동안 이어온 혁신과 장인정신을 담은 아우터웨어를 끊임없이 연구하며 진화시키고 있다.이번 시즌에는 버버리 아카이브에서 가져온 ‘It’s Always Burberry Weather’라는 버버리 의류의 견고함과 영국 날씨의 변덕스러움이 동시에 드러나는 슬로건을 앞세운 아우터웨어 캠페인을 선보였다. 대표 아이템인 트렌치코트를 시작으로 영국 서브컬처의 상징인 해링턴 재킷, 클래식한 퀼팅 재킷과 패딩, 파카, 항공 재킷, 더플코트 등 7가지 대표 스타일을 다니엘 리의 독보적인 감각을 담아 새롭게 재해석해 선보이며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지난 7월 ‘버버리의 새 역사를 쓰겠다’는 포부를 밝힌 조슈아 슐먼(Joshua Schulman)을 새로운 수장으로 영입해 또 다른 변화와 혁신을 통한 성장과 도약을 선포한 버버리의 장밋빛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박스기사] 버버리를 이끄는 사람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니엘 리(Daniel Lee)2022년 10월 3일 버버리에 합류했다. 영국 브래드퍼드에서 태어나고 자란 다니엘은 디자이너로서 다양한 수상을 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는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브랜드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 전에는 2012년에 셀린느에서 레디투웨어 디렉터로 활동했고 메종 마르지엘라, 발렌시아가, 도나 카란에서도 경력을 쌓았다.과거의 영광과 찬란한 유산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복각한 새로운 버버리 스타일을 만들어낸 그는 버버리의 클래식한 아이덴티티와 현대적인 감각을 버무르며 젊고 힙한 이미지를 세련되게 풀어내고 있다.- 정소나 기자 jung.sona@joongang.co.kr _ 사진 제공 버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