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 부시, 애니 레녹스, 이모진 힙, 빌리 오션, 리즈 아메드 등 1000명이 넘는 뮤지션이 영국 저작권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침묵의 앨범(silent album)’을 발표했다. 이들은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AI 기업이 아티스트의 동의 없이 작품을 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며, 이에 반대하는 뜻을 표명했다.

▎‘침묵의 앨범’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은 AI 회사가 아티스트의 작업을 사용하기 전에 반드시 허가를 받게 하는 보호 수단을 원한다. / 사진:GETTYIMAGESBANK, SPOTIFY SCREENSHOT BY LESLIE KATZ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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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들이 발표한 ‘침묵의 앨범’은 빈 스튜디오와 공연장의 환경음을 담은 트랙들로 구성됐다. 앨범 제목은 ‘이게 정말 우리가 원하는 걸까?(Is This What We Want?)’이며, 홍보 페이지에는 영국 정부의 저작권법 개정안이 뮤지션의 생계에 미칠 영향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는 설명이 적혀 있다. 이 앨범은 스포티파이에서 스트리밍할 수 있으며, 수익금 전액은 영국 현역·은퇴 뮤지션 지원 단체 헬프 뮤지션즈에 기부된다.작곡가이자 기술 전문가인 에드 뉴턴렉스가 주도한 이 앨범은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으로 수입과 창작 활동에서 받는 영향을 고민하는 가운데 공개됐다. AI는 창작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부는 AI가 새로운 방향으로 작업을 확장할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반면, 다른 이들은 이를 창작 활동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보고 있다.이달 초 경매업체 크리스티가 처음으로 AI 예술 작품만을 대상으로 한 경매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예술가 수천 명이 이에 반대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하며 경매 취소를 요구했다. 서한에는 “귀하가 경매하려는 많은 작품은 저작권이 있는 작품을 무단으로 학습한 AI 모델을 사용하여 제작되었다”는 내용이 담겼다.앨범 ‘이게 정말 우리가 원하는 걸까?’도 비슷한 우려를 반영했다. 12개 트랙은 각각 제목이 한 단어로 되어 있으며, 이어서 읽으면 이번 시위의 메시지가 분명하게 전달된다. “영국 정부는 AI 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음악 도둑질을 합법화하지 말라.” ‘침묵의 앨범’이지만 완전히 조용한 것은 아니다. 녹음된 공간에서 포착된 종이 넘기는 소리, 교통 소음, 윙윙거리는 파리, 고양이 소리 등 미세한 배경음이 들려온다.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뮤지션이 모두 직접 사운드 트랙을 제공한 것은 아니다. 뉴턴렉스는 그렇게 했다면 너무나 방대한 작업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자들은 개인이나 밴드의 이름을 따로 명시하는 대신 모든 트랙에 ‘영국 아티스트 1000명’이라는 명의를 공동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뉴턴렉스는 인터뷰에서 “누가 오디오를 제공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이 앨범은 하나의 메시지이고, 이 메시지는 참여한 모든 음악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저작권법을 변경하려는 이유
▎‘침묵의 앨범’ 각 트랙은 단어 하나로 이뤄져 있다. 이 단어들을 합치면 저항의 메시지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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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과학혁신기술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AI 분야와 폭넓은 경제 전반에서 투자·혁신·성장을 촉진하겠다는 목표하에 저작권법 개정을 제안했다.이 개정안 서문에는 “저작권 보유자는 AI 모델 훈련에 자신의 작품이 사용되는 것을 통제하기 어려워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보상을 원한다”며 “AI 개발자들도 영국의 저작권법을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러한 법적 불확실성이 AI 기술 투자와 도입을 저해한다”고 명시되어 있다.‘침묵의 앨범’ 프로젝트에 참여한 뮤지션 중 한 명인 작곡가 토머스 휴이트 존스는 엑스(구 트위터)에서 영국 정부의 저작권법 개정안이 “국내 뮤지션들이 평생 노력한 작업물을 AI 기업에 무료로 넘겨주는 셈”이라고 밝혔다. 이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는 지난 2월 종료됐다.뉴턴렉스는 생성형 AI 훈련에서 제외되기 위해 거부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는 개념이 특히 불합리하다고 보았다. 그는 “거부 의사 표현 방식은 저작권 보유자에게 막대한 부담을 준다”며 “실제로 거부할 자격이 있는 사람들조차 그 사실을 알지 못해 거부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그는 한번 라이선스가 부여된 후에는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대한 통제권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또 다른 문제로 꼽았다. 뉴턴렉스는 “거부 의사 표현 방식이 저작권 보유자에게 통제권을 준다는 생각 자체가 환상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엘튼 존과 폴 매카트니도 의견 표명이 앨범을 지지하는 가수, 작곡가, 작곡가, 프로듀서들 외에 음악, 미디어, 영화 등 업계의 거물급 인사들도 영국 저작권법 완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엘튼 존과 폴 매카트니, 지난 2월 데일리 메일에 AI에 대한 의견을 기고한 TV 진행자이자 음반 제작자 사이먼 코웰이다.코웰은 AI의 여러 측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AI를 획기적 기술로 본다고 밝히면서도, 생성형 AI 도구가 인간의 창작물과 거의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의 이미지, 영상, 노래를 만들어내는 현 상황에서 음악산업이 복잡한 문제에 직면해 있음을 인정했다.코웰은 “AI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규제 없이 적용되는 것에 대해 들은 이야기 중 일부는 정말 무섭다”고 썼다. “저는 진심으로 미래를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공정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사람들이 가진 개인적인 창의성을 진정으로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며, AI는 그 마법을 처음 만들어낸 인간들의 재능을 훔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Leslie Katz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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