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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표 남발해온 애플컨스텔레이션 리서치의 부사장이자 수석 애널리스트인 앤디 투라이에게 애플의 이번 미국 내 투자 발표에 대해 묻자, 그는 “애플은 정치적 상황을 영리하게 헤쳐나가지만 실제로 이를 실행에 옮긴 적은 거의 없다”고 답했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 발표를 두고 할 법한 말은 아닌 듯하지만, 투라이의 대답은 애플의 과거 행보에 기반을 두고 있다.예를 들어 애플은 2021년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취임 직후 5년 동안 43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일자리 2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는 실현되지 않았다고 투라이는 말했다. 투라이는 “트럼프 첫 임기 동안에도 애플은 향후 5년간 미국 경제에 3500억 달러를 기여하고 일자리 2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역시 실행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일부는 투라이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애플이 3500억 달러 투자 약속을 이행했는지 분명하게 밝힌 적은 없다. 다만, 2018년 약속 이후 애플이 미국 내 사업을 상당히 확장했다는 일부 보도는 있다. 애플이 2021년에 발표한 4300억 달러 투자 약속과 2만 개 일자리 창출 계획도 2024년 노스캐롤라이나주 캠퍼스 설립 등 일부 프로젝트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이번에는 “애플이 휴스턴 지역에서 애플 인텔리전스 AI 서비스를 지원할 AI 서버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투라이는 이번 발표가 이전보다 더 현실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애플이 실제로 이를 구축할지는 불확실하다”고 투라이는 지적했다. 애플이 애플 인텔리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오픈AI와 강력한 파트너십을 체결했기 때문이다.헤드라인을 장식한 애플의 투자 발표는 AI 공급망, 특히 반도체산업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AI 붐으로 인해 이미 글로벌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AI 작업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고성능 GPU와 프로세서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그래서 투라이는 단기적으로 애플이 공급망에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투라이는 “애플의 제품 공급망은 중국, 인도, 베트남 등지에 걸쳐 있으며 반도체산업도 대만, 중국, 한국, 일본에 크게 의존한다”며 “국내 생산으로의 전환은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겠지만, 기업들이 장단점을 평가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제3세계 국가에 구축된 공급망, 프로세스와 시설이 잘 운영되는 상황에서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는 엄청난 작업이 될 것이며, 단기간 내에 이루어지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게이지어를 공동 설립한 안드레아스 베커도 비슷한 관점이지만, 장기적인 AI 경쟁력을 위해서는 국내 반도체 생산을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커는 “글로벌 AI 리더십 경쟁은 알고리즘 개선을 넘어 안전하고 신뢰도 높은 고성능 하드웨어에 근본적으로 의존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종종 헤드라인을 장식하지만, 모든 성공 사례의 핵심 기반은 반도체”라며 “공급망이 흔들리면 가장 발전된 AI 모델조차도 멈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베커는 반도체와 서버 제조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이 경제 분야를 넘어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과업이라고 믿는다. 그는 “지정학적 긴장, 무역분쟁, 팬데믹 등 해외 시설에서 발생한 단 하나의 문제가 재생가능에너지, 의료, 금융을 포함한 다양한 산업 전반에서 혁신을 억제할 수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미국 내에서 강력하고 회복력 있는 기술 기반을 구축할 시기”라고 강조했다.물론 애플은 지정학적 압력에 익숙한 회사다. 애플은 오랫동안 중국의 제조업과 공급망에 의존해왔지만,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점을 고려하면 AI 관련 생산 일부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이 미래의 혼란에 대비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조치가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지 아니면 일시적인 재조정에 그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규제·정치와 관련된 시사점애플의 AI 사업 강화로 인해 규제·국가안보 관련 문제가 새롭게 발생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AI가 글로벌 산업을 재편성함에 따라 각국 정부는 데이터 주권, 인프라 보안, 몇몇 주요 기업에 집중된 AI 역량에 갈수록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AI 옹호자이자 미래형 인프라 분야의 전문가인 코드 리나 로스 박사는 애플의 투자를 더욱 광범위한 트렌드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그는 “이는 미국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도 자연스러운 발전이라 할 수 있는데, 특히 데이터센터 지도를 보면 그렇다”고 말했다. “애플을 비롯한 여러 대기업은 데이터센터를 위해 AI 시설에 투자해야 합니다. 고성능 컴퓨팅 AI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프로젝트를 위한 산업용 토지, 에너지 인프라, 허가권을 확보하는 것입니다.”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장려를 목표로 하는 반도체법을 제정해 미국 내 AI 인프라 강화에 나섰다. 애플의 움직임은 자사 이익을 위해 추진된 것이지만 정부 주도 AI 사업에 추가적인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도 같은 방면에서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데이터센터 건설, 미국의 AI 인프라 강화와 AI 분야 글로벌 리더 입지 확보를 위한 5000억 달러 규모의 스타게이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그러나 투라이는 애플의 투자만으로 AI의 글로벌 규제 환경에 큰 변화가 일어날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투라이는 “애플의 투자가 딱히 뭔가를 바꿀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행정부는 특히 거버넌스, 규제 준수, 데이터 프라이버시, 보안 분야에서 마찰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혁신 성장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리고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주요 국가 중 파리 AI 협정에 서명하지 않은 두 나라가 영국과 미국인데, 이 또한 의미심장한 대목입니다.”그럼에도 애플의 막대한 투자 규모는 실현 여부와 무관하게 정책 입안자들이 AI 인프라, 국가안보, IT 산업의 노동 인센티브를 다루는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른 IT 기업들도 뒤따를까?로스는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다른 기업들이 애플의 사례를 따를 것으로 예상하지만 투라이는 애플의 투자가 큰 변화를 일으킬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다만 투라이도 많은 기업이 이미 AI 구축에 많은 자금을 투입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하리라는 점은 인정한다.“많은 기업이 이미 미국에서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거액의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소프트뱅크, AWS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미국은 데이터센터 기반 투자의 대부분을 유치했지만 생산·노동 비용은 여전히 높습니다. 만약 앞으로 행정부가 미국 내 건설을 위한 인센티브를 계속 제공한다면 이 흐름은 계속될 수 있습니다. 아니면 그 흐름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겠죠.“ 투라이가 말했다.그러나 베커가 보기에 이 움직임은 대단히 전략적이다. “역사적으로 미국은 연구와 혁신의 선두 주자였지만, 최근의 공급망 중단은 미국이 해외 생산에 의존하고 있음을 부각했습니다. 미국은 국내 AI 반도체 생산을 확대함으로써 자율성을 유지하고 미래의 인력, 즉 엔지니어, 데이터과학자, 기술자들을 양성하여 이 분야를 계속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애플이 계획을 실천한다면 다른 IT 대기업들도 자사의 AI 인프라 전략을 재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글로벌 AI 경쟁의 판도가 바뀌고 있으며, 미국 기업들은 외국 공급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강력한 유인을 갖고 있다. 그러나 비용 대비 효율과 국가안보 사이의 균형은 여전히 아슬아슬하며, 애플의 AI 투자가 산업을 재편성할지 아니면 단지 또 하나의 공수표에 그칠지는 실행 여부에 달렸다.앞서 언급했듯이 애플은 과거에도 비슷한 약속을 했지만 정치적·경제적 상황 변화에 따라 조용히 우선순위를 전환했다. 그러나 이번 약속은 AI 업계의 흥망이 엇갈릴 중대 시점에 나왔다는 점이 이전 발표들과 다르다.AI 공급망을 국소화하려는 압박이 커지고,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규제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애플의 이번 결정이 실행된다면 AI 산업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다.이는 최소한 AI 인프라를 글로벌 기술 경쟁의 핵심 전장으로 만들 수 있다. 이 투자가 업계를 뒤흔들 변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IT 전문지 더 버지가 이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 대한 대응”이라고 표현했듯이 또 하나의 전략적 수법에 불과할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한다. 그러나 이제 AI 전쟁이 단순히 알고리즘 경쟁이 아니라 데이터, 반도체, AI 공급망 전반에 대한 통제권을 두고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해졌으며, 애플의 이번 결정은 틀림없이 그 게임에서 중요한 체스 말이 될 것이다.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IT 대기업들의 약속은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향후 동향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KOLAWOLE SAMUEL ADEBAYO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