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누나가 일본에 다녀온다기에 도쿄나 오사카쯤 여행을 가나 했습니다. 대답은 달랐습니다. “하루키가 사는 동네를 둘러볼 거야.” 그는 하루키를 무슨 초등학교 동창 얘기하듯 했습니다. “그 사람이 걷는 땅을 걷고,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거야. 그게 다야.” 어머니는 미쳤다고 했고, 제 의견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그 뒤 일본에 가서 하루키가 먹었다는 도시락인지 튀김인지를 먹고 온 누나는 마냥 행복해 보였습니다.
또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누나가 귀히 여기던 책장에서 책을 꺼내 보곤 했는데 가끔 돌려주는 걸 까먹어도 누나는 잔소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랬던 누나가 언제부터인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책 빨리 가져와” 하고 다그치곤 했는데 그때마다 그 책의 저자는 하루키였습니다. 어찌됐건 그렇게 한두 권씩 훔쳐보다 보니 저 또한 하루키의 새 책을 기다리는 사람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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