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

Home>월간중앙>히스토리

[권오길의 생명이야기] 제왕나비의 고단한 귀소본능 

원래의 고향으로 되돌아가자면 중간중간에 알을 낳고 죽기를 네 차례…
5 세대에 거쳐 1만㎞에 이르는 먼 길을 사투를 벌이며 고향을 찾는 이유는? 

캐나다 남동부에서 한여름을 난 나비들은 9~10월 파란 하늘을 이고 마치 구름처럼 떼지어 가녀린 날개를 팔랑거리며 어디론가 떠나간다. Quo Vadis?(주여! 어디로 가나이까?) 철새처럼 멀리멀리, 산 넘고 물 건너 할랑할랑 나는 나비들이 있으니 이름하여 ‘제왕나비(Monarch butterfly)’다. 멀리 가려면 천천히 걸으라고 했던가. 이들은 이른 봄 멕시코와 미국 남부에서 출발해 시속 20㎞ 속도로 여기저기를 거쳐 캐나다까지 왔다가, 조상들이 집단으로 겨울을 나고 떠나온 월동지로 내처 되돌아가는(migration) 중이다(왕복 8000~1만여km 거리). 마침내 아무 탈없이 도착했다. 자그마치 수백만 마리가 치렁치렁 빼곡히 나무에 포개 앉다 보니 가지가 축 늘어질 지경이다. 드물긴 하지만 남·북미 대륙 말고도 뉴질랜드·호주·인도·유럽의 일부 지역에서도 이와 비슷한 종이 서식한다고 한다.



제왕나비(Danaus plexippus)는 나비목, 네발나비과에 속하는 중형 나비다. 세 쌍의 발 중에서 앞발 둘이 퇴화해 작아졌기에 ‘네발나비’로 불리기도 하며, 실제로 성한 네 다리만 활동하는 데 쓴다. 귤색 바탕(몸길이 5cm)에 활짝 편 날개(8.9~10.2cm)는 검은 색 시맥(翅脈)이 사방으로 퍼져 있고, 수컷이 좀 크고 수컷 뒷날개 가운데에는 페로몬(pheromone)을 분비하는 ‘발향린(發香鱗)’이라는 비늘 점이 뚜렷하다. 나아가 제왕나비는 천적이 거의 없다. 유충의 먹잇감인 박주가리(Asclepias syriaca)에 독(cardenolides)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먹고 자라난 애벌레나 나비를 먹어본 새는 다시는 먹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 해당 기사는 유료콘텐트로 [ 온라인 유료회원 ] 서비스를 통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201202호 (2012.02.01)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