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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풍기의 4자성어로 읽는 세상] 눈물 잘못 흘려도 죄를 묻는 세상 

깊은 공부야말로 거짓이 진실을 대신하는 어지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방편이다 

1589년 10월 2일, 황해감사 한준(韓準)이 왕에게 비밀 장계를 올렸다. 임금은 한밤중에 고위관료들을 급히 입궐하도록 명한 뒤 그 장계의 내용을 논의했다. 전주에 사는 정여립(鄭汝立·1546~89)이 역모를 꾀했다는 내용이었다. 조정에서는 즉시 의금부 도사를 황해도와 전라도에 파견하는 한편 춘추관(春秋館) 검열(檢閱)로 재직 중이던 정여립의 생질 이진길(李震吉)을 하옥했다. 기축옥사(己丑獄事)로 기록된 정여립 모반사건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역모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자신의 목숨뿐 아니라 가족·친지들의 생사까지 걸고 벌이는 한바탕 도박 같은 것이 역모다. 성공하면 임금이요, 실패하면 역적이 된다. 이런 중차대한 일을 벌이기 위해서는 당연히 합당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왕의 정통성을 인정할 수 없다든지, 백성이 도탄에 빠져 국가의 존망에 위기가 닥쳤다든지, 현재의 왕으로는 더 이상 천명(天命)을 받들어 수행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이념적 명분을 잃었다든지, 혹은 역모 사건의 주체가 죽을 위기에 처해 차라리 세상을 뒤집어엎겠다는 생각을 한다든지 하는 등의 이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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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호 (201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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