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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명이야기] 조상의 삶과 혼백 깃든 보리 

밥, 죽, 누룩, 된장, 숭늉, 차, 빵, 떡 등으로 9천 년 넘게 인류의 주린 배 채워주는 효자노릇해 

얼마나 시리고 아린 겨울이었던가. 아, 마음 설레는 봄, 쑥쑥 초목노생(草木怒生)의 어린 봄이로다! 마파람에 곡식이 혀를 깨물고 자란다고 했지. 아무튼 ‘봄볕은 며느리 쬐고 가을볕은 딸 쬔다’고 하니 어째서 자래(自來)로 고부 간은 개와 고양이처럼 그리도 앙숙이란 말인가. 게다가 ‘봄볕에 그을리면 보던 임도 몰라본다’고 겨우내 햇볕 구경 한 번 못하다가 이윽고 내리쬐는 센 봄 햇살(자외선)에 여린 살갗이 시나브로 새까맣게 그을리고 만다. 그리고 ‘봄물에 방개 기어나오듯 한다”고 뭇 벌레가 겨울잠을 깨고 사방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오겠지. 김칫독 얼어 터진다는 입춘에 ‘보리뿌리 점(占)’을 본다. 논밭의 보리이삭을 뽑아 보아 뿌리가닥이 둘이면 그해 흉년이 들 조짐이고 셋이면 소출이 좋은 풍년이 들 징조라는 것. 허나 겨울이 너무 따시면 보리가 웃자라 못 쓰는 법이니 추울 땐 추워야 한다. 어쨌거나 생물이란 신통방통하여 가을 무꽁지가 길거나 껍질이 두꺼우면 겨울이 모질게 춥고, 까치 녀석들이 집을 높다랗게 짓거나 민물고기 어름치가 자갈로 쌓는 산란탑(産卵塔)을 물가에 지으면 그해 여름 물난리가 날 전조란다.



대맥(大麥)이라 부르는 보리(Hordeum sativum)의 잎은 물론 서로 어긋나게[호생:互生] 붙으며 외떡잎식물이라 나란히맥(평행맥)이다. 세계적으로 30여 종이 있으며 가장 오래된 작물 중의 하나로 기원전 7천 년 전에 야생종을 재배했다고 한다. 단자엽(單子葉·외떡잎), 벼과[화본과:禾本科]식물로 속이 빈 줄기는 둥그스름하며 곧고 키가 1m를 넘는다. 벼를 포함하는 벼과식물이 그렇듯 암술 하나에 수술 셋이 한 꽃에 든 양성화로 자가수분(제꽃가루받이·self-pollinating)하고 염색체는 14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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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호 (201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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