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Home>월간중앙>사람과 사람

최삼규 대한건설협회장 - “회복 징후 보이는 건설경기, 추가 정책 지원되면 확 살아날 것” 

 

50년 건설 외길 ‘제구포신’ 자세로 건설업계 위해 헌신할 터…경기 살리려면 시장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제도 개선해야

▎최삼규 회장이 3월 13일 서울 청담동 임피리얼팰리스 호텔에서 제26대 대한건설협회장에 취임했다. 최 회장은 “제구포신(除舊布新)의 자세로 대한민국과 건설협회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반세기 동안 외길을 걸었다면 최소한 두 가지는 검증됐다고 봐도 큰 무리는 아니다. 하나는 뚝심, 또 하나는 건강일 것이다. 이 두 가지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반세기 외길 인생은 그저 꿈 같은 얘기 아닐까?

최삼규(75) 대한건설협회장은 건설업계에서 ‘반세기 외길인생’을 걸어왔다. 최 회장은 22세던 1961년 협창토건에 입사하면서 건설과 인연을 맺었다. 1971년부터는 선친이 창립한 건설회사 ‘동지’의 대표이사직을 맡아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는 대표이사 취임 후 회사 이름을 현재의 ㈜이화공영으로 바꿨고 이후 공공토목·학교·환경 등 공공시설을 비롯해 공장·빌딩 등 업무시설, 연구시설 등 다양한 분야에 참여하며 ㈜이화공영의 위상을 높여왔다. 이 회사는 등록업체 가운데 국내 53호 종합건설사다.

2011년 제25대 대한건설협회장에 선출됐던 최 회장은 3년 임기를 대과없이 마친 뒤 지난 2월 18일 제26대 회장으로 재선임됐다. 대의원들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난 3년간 협회를 잘 이끌어온 그를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새로운 건설일감 창출에 앞장설 터

최 회장은 3월 13일 서울 청담동 임피리얼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지난 40년간 건설 외길을 걸어오면서 쌓아온 작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건설업계를 위해 마지막으로 봉사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며 “이런 초심과 각오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회장 직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마침 오랫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건설업계가 최근 들어 기지개를 켠다. 최 회장은 이런 건설시장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취임식 다음날인 14일 최 회장을 만났다.

제26대 회장으로 재선됐다. 대의원의 만장일치로 추대됐다고 들었는데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건설업계의 화합과 당면과제를 극복하는 데 앞장서라는 지엄한 명령이라고 여겨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지난해 건설수주액은 2002년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시장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반(反)시장적인 각종 규제와 건설업체에 대한 중복조사·처벌로 경영이 매우 어려워졌다. 최저가낙찰제로 공사를 하면 되레 손해를 보는 게 현실이다. 앞으로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건설 일감창출, 적정한 이윤 보장,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앞장서겠다. 담합·하도급 비리 등 부조리를 유발시키는 제도적 문제점도 개선해 회원사가 마음 놓고 경영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도 만들겠다.”

지난 3년은 부동산경기의 침체로 건설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 협회장으로서 어떤 일들을 해왔나?

“지난 몇 년 동안 건설업은 물론이고 부동산임대업, 부동산중개업, 이사업, 인테리어업 등 약 1천만 명에 이르는 연관산업 종사자가 벼랑끝으로 내몰렸다. 건설협회에서는 건설경기와 서민경제 회복을 위해 정부와 국회에 부동산 관련 불합리한 규제 철폐와 정책적 지원을 끊임없이 요청해왔다. 그 결과로 부동산 대책과 취득세 영구인하,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의 입법화 조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여러 차례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법안처리 지연 등 실기(失期)가 반복되면서 정책효과가 반감돼 아쉽다.”

올해에는 부동산시장과 건설시장의 경기가 다소 회복되고 있다는데, 어떻게 전망하나?

“현재 건설업계는 극심한 수주난이 심화되고 있는데다 자금난과 일감 감소까지 겹쳐 매우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국내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세계경제의 불안 등 대외여건도 녹록하지 않아 올해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다만 지난 1월부터 인허가 실적과 주택착공 실적 등 주택관련 지표가 미미하게나마 부동산시장의 회복 징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추가적인 정책 지원 여부에 따라 건설경기의 침체가 지속되느냐,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냐를 가를 것으로 본다.”

최 회장의 말처럼 건설업계의 국내 수주총액은 2012년 101조5천억 원에서 2012년 90조6천억 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전망에 따르면 올해는 93조6천억원으로 다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 건설·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협회가 요구하는 추가 지원책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

“국회와 정부도 건설업이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한 핵심산업임을 잘 알기에 지난해 부동산 관련 규제를 많이 완화했다. 하지만 아직도 남아 있는 반시장 규제인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초과이익부담금은 속히 폐지돼야 한다. 또한 여전히 선진국보다 높은 규제로 얽매여 있는 총부채상환비율(DTI)도 금융기관 자율규제로 전환돼야 한다. 청약가점제 폐지 등 주거환경 변화에 맞게 새로운 주택청약제도도 개편해 수요·공급이 신속히 시장기능에 의해 균형을 찾도록 해야 한다.

최근 민간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나 재건축 조합원에 대한 2주택 이상 분양 허용 등 규제완화가 이뤄져 조금이나마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다주택자에게 전·월세 임대소득세를 부과하는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은 시장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측면과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아쉽다.”

건설업계는 오랫동안 현행 ‘최저가낙찰제’ 폐지 등 입·낙찰제도의 개선을 요구해왔는데 전망은 어떠한가?

“최저가낙찰제 등 현행 입·낙찰제도는 가격경쟁 위주로 운영되고 있어 업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최저가낙찰제 하에서 낙찰을 위해 이윤은 배제한 채 투찰하는 것이 공식처럼 여겨지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공공공사의 과도한 가격경쟁이 공공시설물의 품질 저하를 유발해 오히려 관리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하고 결국 국민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는 점이다.

다행스럽게도 올해부터 최저가낙찰제를 대체하는 종합심사낙찰제의 시범사업이 실시될 예정인 만큼, 그 과정에서 적정한 공사비 확보를 통해 업계의 부담을 완화하고 공공시설물의 품질도 상향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역 중소업체가 주로 수주하는 적격심사 공사에서도 실적공사비 제도 도입 등으로 실행률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따라서 실적공사비 적용 대상 공사를 축소하고, 적격심사의 낙찰률 상향을 통해 제값 받고 제대로 시공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최삼규 회장이 취임식에서 건설협회 임직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IT·BT 연계해 새로운 수익모델 모색해야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추진 중이다. 건설업계는 어떻게 부응할 계획인가?

“정부가 집중 투자하기로 한 5대 유망서비스 산업(보건·의료·교육, 관광, 금융, 소프트웨어 산업)과 연계된 건설수요를 발굴해 집중 지원하도록 하겠다. 또한 내수·수출 균형경제를 위한 각종 메가 프로젝트 등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할 계획이다. 남북경제협력 활성화는 물론 통일에 대비, 건설업계 차원에서 통일준비위원회를 구성해 북한 인프라 개발 동향 및 경제개발 협력 참여방안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대한건설협회는 3월 24일 ‘급변하는 통일시대의 북한 주택 대량공급 방안’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통일시대에 대비한 과제들을 챙기고 있다.)

건설업계가 스스로 공공공사와 주택사업 일변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한 복안이 있나?

“먼저,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내수활성화 정책과 연계해 시장을 창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노후화된 도로나 교량 등 개·보수 사업, 불량·노후화된 도심공원 리모델링사업 등 이른바 ‘생활밀착형 SOC’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된다면 일감이 어느 정도 확보될 수 있으리라 본다.

또한 건설산업이 정보통신(IT)·생명공학(BT) 등 첨단기술 및 문화산업과 융·복합을 통해 미래산업으로 변신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규제를 혁신하고 학계, 타 산업 등과도 지속적 협력을 모색하겠다. 해외에서도 돌파구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강화하겠다. 특히 해외시장 진출 시 국내기업이 느끼는 정보 부족, 보증 애로 같은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민관합동 진출 지원, 정보제공 체계 지원, 금융과 보증지원 체계 강화, 해외인력 육성 지원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국민들은 담합·하도급 비리 등 건설 부조리에 대한 우려가 크다. 협회는 이를 근절하기 위해 어떤 대책을 갖고 있나?

“최근 불거진 대형 국책사업에서 담합 등 불공정 거래행위, 하도급 비리 등으로 인해 건설산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생기게 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건설업계는 학계·연구 전문가들과 함께 ‘공정경쟁 및 자정환경 조성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업계차원의 재발방지 방안과 자정 노력을 강력히 진행하고 있다. 하도급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계약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하도급 계획 심사, 하도급 관리 계획 이행 여부 감독 등 계도 점검·강화에 더욱 노력하겠다.”

건설 경영인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한 경영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벽돌 하나 얹고, 못질 한 번 할 때도 고객 입장에서 정성을 담은 시공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경영인인 저 자신부터 기본을 지켜야 기업 내부의 임직원들이 진심으로 따르고 외부의 고객들도 믿어주지 않겠나? 건설인으로서 반세기를 걸어오는 동안 숱한 위기를 겪었지만, 그럴 때마다 씩씩하게 극복할 수 있었던 힘도 기본에 충실한 경영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그래서 평생 소중히 여기는 좌우명이 등고자비(登高自卑)다. 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곳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겠나? 다시 한 번 등고자비의 자세로 출발하겠다.”

등고자비(登高自卑)의 자세로 다시 출발

건설업계가 국민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건설산업은 과거 폐허 속에서 한국경제를 일으켜 세운 역군이었고, 앞으로도 일자리 창출과 친환경, 첨단건설로 국민 삶의 질 개선에 큰 역할을 담당할 일꾼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여와 역할에도 불구하고 일부 부조리 등으로 건설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좋지 않을 때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 건설산업은 오늘날 창조경제를 선도할 수 있는 융·복합 산업으로 변신 중이고, 소외된 이웃과 어려운 분들을 위해 급여끝전 나누기 기부, 노후주택 개·보수사업, 불우한 학생에 장학금 전달 등 사회공헌사업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윤리·투명경영 시스템도 정착해나가는 중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첨단·녹색성장시대를 이끌고 국민생활을 더 풍요롭게 하기 위한 노력과 부조리 없는 클린(Clean)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국민 여러분도 애정을 갖고 건설산업이 국민의 산업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격려를 부탁드린다.”

말 그대로 ‘건설외길’을 걸어왔는데, 건설업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큰 사업을 하셨던 선친의 영향을 받았다. 선친이 자유당 정권 시절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하는 바람에 사업이 매우 어렵게 됐다. 그래서 아버지의 사업을 돕고자 ‘꿈’을 접고 건설업에 뛰어들게 됐다.”

1939년생인 최삼규 회장은 경기도 화성 출신으로 서울 용산고와 중앙대 약학과를 나왔다. 원래는 하얀 가운을 입은 ‘약사선생님’이 ‘소년 최삼규’의 꿈이었다. 하지만 운명은 얄궂었다. 최 회장이 대학을 졸업할 무렵, 부친은 선거 낙마와 사업 부진의 이중고에 시달렸다. 최 회장은 결국 1961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아버지를 돕기 위해 건설업에 발을 들였다.

최 회장은 70대 중반에 들어선 고령의 나이지만 업계에서는 자기관리의 대명사로 통한다.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4~5일은 헬스클럽에서 러닝머신에 올라 흠뻑 땀에 젖는다. 최 회장은 “아버지에게 건강체질과 철저한 자기관리 습관을 물려받은 덕분”이라고 말했다.

50년 넘게 건설업에 몸담으면서 지켜온 경영철학은 뭔가?

“세 가지의 경영 원칙을 신조로 삼아왔다. 첫째 정직경영, 둘째 역지사지(易地思之), 셋째 내실경영이다.”

201404호 (2014.03.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