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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인터뷰 - 옛날 그 김희애 맞아? 중년배우의 깜짝 외출 

JTBC <밀회>에서 스무 살 청년과 사랑에 빠진 격정 멜로 화제 만발 


▎<밀회>에서 스무살 연하의 청년과 격정적인 사랑에 빠지는 역할을 연기한 김희애. 그는 이 작품에서 우아하면서도 지적인 ‘커리어우먼’으로 분했다.



40 대 여성으로 직업은 억대 연봉을 받는 예술재단 기획실장, 남편은 유명 사립대의 음대교수, 몸매는 뭇 여성들의 로망이라 할 ‘44사이즈’. 이 정도면 현실에서 남 부러울 게 없는 완벽한 삶이다. 하지만 어느 날, 한 청년을 만나게 되면서부터 그녀의 평화로운 일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청년은 자신이 피아노에 천재적 재능을 보유했다는 것을 모른 채 살아가는 퀵서비스 배달원. 그녀는 청년의 피아노 연주에 마음을 빼앗기고, 점점 그를 남자로 느끼기 시작한다.

최근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모우고 있는 JTBC 월화드라마 <밀회>의 줄거리다. 3월 17일 첫 방송된 이 드라마는 숱한 화제를 뿌리며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4월 12일 현재 16회분 중 8회가 방영됐다). 6%에 이르는 높은 시청률도 화제지만 드라마의 작품성을 두고 회를 거듭할수록 인기가 솟구치고 있다.

3월 24일 촬영이 예정된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중년배우로서 ‘파격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김희애(47)를 만났다. 마침 이날은 상대역인 이선재(유아인 분)가 피아노 콩쿠르에 나가는 장면을 찍는 날이었다. 깔끔한 검은색 투피스 정장에다 기다란 진주 목걸이로 한껏 멋을 부린 김희애는 냉철하면서도 완벽해 보이는 예술재단 기획실장 오혜원 그 자체였다.

“젊은 사람을 사랑하는 게 이상한 일인가요?”

그러나 완벽해 보이는 그의 극중 삶을 한 꺼풀만 들춰보면 전혀 다른 세상이 드러난다. 집안형편이 넉넉지 않았던 혜원은 재벌가 서한그룹 외동딸인 친구를 보필하는 조건으로 함께 유학을 간다. 촉망받는 피아니스트였지만 건초염에 걸려 연주가의 꿈을 접고 서한그룹에 들어간다.

겉으로는 완벽한 ‘커리어우먼’이지만 회장 사모님의 심부름을 받아 회장의 내연녀를 정리하고, 회장 딸의 문란한 사생활을 수습하는 일도 한다. 상류층의 추악한 모습을 숨기는 일조차 그의 업무 중의 하나다. 남편과의 결혼 생활도 ‘전략적 제휴’에 가깝다. 보통의 부부에게는 일상이라 할 정신적, 육체적인 사랑이 이들 사이에는 사라진 지 오래다. 상처로 얼룩진 혜원의 따분한 일상에 순수 청년 선재가 불쑥 끼어든 것이다.

40대 여배우로 파격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역할을 맡은 것 같다. 놀랄 만한 변신인데, 오혜원이란 인물의 설정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젊은 사람을 사랑하는 게 그렇게 이상한가요? 솔직하게 이야기해봐요. 오혜원이라는 인물이 처한 상황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천재 청년을 만나고, 또한 둘이 똑같이 교감한다면 마음이 안 움직일까요?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오히려 정신감정을 받아봐야하지 않을까요? 극히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피아니스트 선생님에게 실‘ 제로 이런 일이 있나요’ 하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완전히’ 흔한 이야기라고 하시더라고요. 조사는 안 해봤지만 충분히 있을 만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연기가 김희애 씨의 배우 인생에서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은데 어떻게 보세요?

“터닝포인트요? 글쎄요. 행복한 일인 것만은 분명해요.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또 언제 이런 역할을 다시 해볼 수 있을까 싶어요. 그래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웃음)

김희애와 유아인의 실제 나이 차이는 열아홉 살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완벽한 케미(Chemistry·사람과 사람 사이의 화학적 반응)’ 커플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상대역인 유아인에 대한 김희애의 평가는 어떨까?

상대역인 유아인 씨는 어떤 사람인가요?

“칭찬할 점이 정말 많은 배우예요. 우선 외적으로도 너무 귀엽지 않아요? 눈이 참 맑은 사람인 것 같아요. 반면에 남자의 거친 매력도 있고요. 거기다 피아노를 치면 아름다움도 묻어나요. 배우 중에서는 비주얼로만 예쁜 사람이 있고, 또 정말 배우 같은 느낌이 있는 사람이 있는데 유아인 씨가 꼭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상대 배우를 잘 만난 거죠. ‘배우 같다’ 이게 정말 특급 칭찬인 것 같아요.”

혹시 배우로서 질투를 느낄 만한 순간도 있었나요?

“20대 때 저는 정말 정신 없이 보냈는데, 제 추측이지만 유아인 씨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보여요. 자아도 강해 보이고요. 또 옷발이 좋아요. 비싸고 좋은 것도 아닌데 유아인 씨가 입으면 비싸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제 코디한테 ‘저 옷 어디서 샀나 물어봐’하고 물어볼 때도 있어요.(웃음) 비율이 참 좋아요.”

4월 8일에 방영된 8회에서는 김희애와 유아인이 하룻밤을 함께 보내는 장면이 그려져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렸다. 특히 이날 베드신에서는 그동안의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베드신 연출 기법이 등장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직접적인 노출보다 청각과 상상력을 자극하며 섬세하고 아름답게 두 사람의 베드신을 그린 것이다. 이날 방송을 보고 시청자들은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는 평을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

‘남녀의 사랑’ 외에도 김희애 씨가 생각하는 <밀회>의 또 다른 볼거리를 꼽는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선생님과 제자의 사랑, 육체적인 사랑? 그런 게 다는 아니에요. 저희 드라마에서 음악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어요. 제 어머니께서 70대이신데 드라마에서 나온 곡들이 너무 좋다고 리스트를 뽑아달라고 하실 정도예요. 저처럼 클래식에 문외한인 사람에게도 ‘클래식이 좋구나’ 하고 느끼게 할 만한 좋은 작품이죠.”


▎김희애와 유아인은 실제로 19세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호흡으로 ‘케미 커플’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극중에서 둘은 피아노를 통해 감동을 받고 서로의 마음을 여는 정신적인 사랑을 표현한다.



“피아노 격정신 여러 번 돌려봤죠”

그의 말대로 <밀회>는 작품의 설정뿐만 아니라 극중의 ‘음악’으로도 큰 화제를 불러왔다. 남녀 주인공인 오혜원과 이선재의 사랑을 대사보다 더 강렬하게 표현해주는 장치가 바로 음악이기 때문이다. 특히 3월 18일 방송된 2회에서 김희애와 유아인이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은 ‘피아노 격정신’으로 불리며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도배하다시피 했다.

피아노 연주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어떤 노출 장면보다 자극적이라는 평이 많았는데 배우로서는 어땠나요?

“(웃음) 저도 그 장면을 여러 번 봤어요.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러 차례 봤죠. 전에는 제가 출연한 작품을 한 번 이상 본 적이 없어요. 우연히 TV채널을 돌리다가도 제 방송이 나오면 놀라서 다른 곳으로 돌리거든요.(웃음) 그런데 이번에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자꾸만 더 보게 되더라고요. 자꾸 보게 되고, 보고 싶은 장면이 있는 그런 작품이라 촬영을 하면서 저도 많이 놀라고 있어요.”

피아노 합주 장면이 나오기까지 공을 많이 들였을 것 같아요.

“유아인 씨도 그랬을 거고, 저도 똑같은 곡을 여러번 들었어요[이 합주곡은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판타지(Fantasie in F Minor for Piano Four-Hands, D. 940)’다]. 이 곡을 연주하는 이들이 여러명이라서 그들의 연주를 모두 찾아서 봤어요. 연주자 별로 어떻게 곡을 표현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죠.

배우다 보니깐 표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어요. 과잉이 되면 부담스럽지만, 어느 정도는 표현을 해야하잖아요. 어느 정도로 조절해야 할지 그게 가장 고민이 됐죠. 그런데 하도 연주를 자주 듣고 보다 보니깐 나중에는 ‘(배우로서)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 이런 것은 잊어버리고, 오혜원이라는 인물이 돼서 연주를 했죠. 그게 정말 감동적이었고, 보는 분들에게도 그런 것이 전해지지 않았나 싶어요.”

김희애는 오혜원 역을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 피아니스트 김소형 씨로부터 개인레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선생님이 워낙 모범생이셔서 정말 성실히 봐주셨다”며 “‘이 정도면 됐다’ 싶었는데도 촬영 끝난 뒤에도 다시 불러서 끊임없이 가르쳐주셨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그렇게 꼼꼼하게 했던 시간들 덕분에 아무래도 자신감 있게 건반을 누를 수 있었을 거예요. 노력하는 사람 앞에 당할 자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거든요.”

‘피아노 격정신’을 넘어서는 장면을 또 기대할 수 있을까요?

“이 작품을 장면 하나하나로 말하기엔 부족하다고 봐요. 대본을 보면 정말 감동적인 문학작품 같아요. 피아노 연주 장면을 뛰어넘는 더 센 장면보다는 작가 선생님의 대사 하나하나가 정말 허를 찌르거든요. 극중에서 혜원이 선재의 연주를 듣고 감동을 하잖아요. 그러면서 선재의 볼을 꼬집고, ‘이건 특급 칭찬이야’라고 말하죠.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와 닿는 대사였어요.

선재와 혜원의 대사뿐만이 아니에요. 모든 캐릭터가 살아 있어요. 대본은 대본대로, 연기는 연기대로, 모든 게 조화롭게 이루어졌다는 느낌이 들어요. 하나의 소품처럼 일하는 과정이 재밌고,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어요. 제 자랑 같지만 ‘한국에서 이런 드라마를 또 만들 수 있을까?’라는 심정으로 촬영하고 있거든요.”

드라마의 배경은 서한예술재단과 서한음악대학교다. 멀리서 보기엔 화려하고 고급스럽다. 상류층 사회는 저명한 인사들을 초청해 성대한 음악회를 열고, 클래식의 아름다운 선율을 감상하면서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극중 서한예술재단은 모든 음악인이 선망하는 ‘종착역’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 ‘종착역’은 음대 입시비리, 대학 내 세력다툼, 재벌가의 암투 등 상류층의 추악한 모습이 숨겨진 곳이기도 하다.

<밀회>는 2012년 JTBC에서 방영한 <아내의 자격>에 이어 김희애가 안판석 감독과 호흡을 맞춘 두 번째 작품이다. 안 감독은 <아내의 자격>에서 대치동으로 상징되는 강남 상류층의 위선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이 작품에서 김희애는 자식의 교육을 위해 헌신하면서도 불륜에 빠져드는 윤서래 역할을 맡았다.

안판석 감독은 2012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희애 때문에 연출 노선을 바꿨다”고 말할 정도로 그에 대한 신뢰가 두텁다. 안 감독은 “특히 김희애가 정말 잘해서 화면에도 변화가 생겼다”며 “다채롭게 컷을 나누고, 여러 구도로 인물을 보여주리라고 생각한 장면들이 있었는데 김희애 연기를 보고 그냥 인물을 바라보도록 해보자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희애는 tvN의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누나>에서 소탈하면서도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인기를 끌었다.



연출자 안판석 감독과 호흡 ‘척척’

안판석 감독과는 두 번째 작품으로 만나셨는데, <아내의 자격>에서는 무엇이 그렇게 좋았나요?

“안 감독님은 배우의 연기를 끌어내주세요.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하게 해주고, 지적해주시죠. 한번은 ‘드라마의 결과가 뭘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드라마의 결과가 시청률일까요? 시청률만 높으면 좋은 드라마인가요? 저는 오히려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한번은 감독님이랑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대학교 때, 어릴 때 라면 사먹으면서 힘들게 일할 때도 충분히 재미있고 행복했거든요. <아내의 자격>을 찍을 때도 너무나 행복했어요. 배우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 장면이더라도 감독님은 마치 얽힌 실타래를 풀어가듯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작품을 풀어주셨죠. 감독님이 그러시니깐 스태프도 비슷해요. 작년 4월에 안 감독님께서 이 작품을 구상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는데, 감독님 작품이라면 함께 하고 싶었어요.”

1983년 영화 <스무해 첫째날>로 데뷔한 김희애는 올해로 연기에 데뷔한 지 31년째를 맞는다. 김희애는 <나목> <폭풍의 계절> 등 드라마 27편과 <101번째 프로포즈> 등 영화 5편에 출연했다. 하지만 여느 배우들과는 달리 출연한 작품 중에서 대표작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맡아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드라마 <아들과 딸>(1993)에서는 남아선호사상이 강한 부모에게서 자랐지만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간 후남을 연기하고, <내 남자의 여자>(2007)에서는 단짝친구의 남편을 빼앗은 팜므파탈 화영을 맡아 연기하는 등 그의 연기 스펙트럼은 경계가 없다.

그동안 출연한 작품들을 보면 역할이 겹치는 것이 드문 것 같아요. 작품을 결정할 때 남다른 기준이 있으세요?

“전부 다르게 생각해주시면 감사한 일이죠.(웃음) 시청자, 관객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배우가 똑같은 캐릭터만 연기하면 지루해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역할은 달라도 ‘김희애스럽다’는 공통분모는 있는 것 같은데요.”

배우라는 직업은 화려하면서도 고독한 직업이라고 하는데, 김희애 씨는 어떠세요?

“한 작품을 하면서 대본을 받고, 촬영을 하다 보면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러요. 그 시간 동안은 온전히 그 역할에 빠져 있기 때문에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어요. 오히려 외로움이 사치죠. 하지만 방송이 끝나거나 영화가 극장에서 막을 내리게 되면 여러 가지 감정이 들어요. 김희애라는 배우와 함께 해준 캐릭터를 떠나보내야 할 때는, 캐릭터에게 고맙기도 하면서도 좀 더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 부분에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해요. 그런 마음이 바로 외로움이겠죠?”

예전에 한 토크쇼에 출연해서 “드라마 촬영에서 NG를 적게 내는 것은 자존심 문제인 것 같다”는 말을 듣고 기억에 남았습니다. 김희애 씨가 생각하는 배우의 자존심에 대해 더 듣고 싶어요.

“단지 NG를 적게 내는 차원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배우든, 주부든, 자신을 사랑하는 힘이 중요한 거 같아요. 내가 서 있는 곳이 집이든 촬영장이든, 크게 상관은 없는 듯해요. 어떤 환경이든 간에 그곳에서, 그 상황에서 나를 필요로 한다는 걸 내가 느끼고, 그걸 내가 잘 메워줄 때 비로소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 같아요. 자존심도 마찬가지고요. ‘할 수 있어!’라는 무한 긍정의 힘으로 자존감을 높이는 게 제 노하우에요.”

최근 김희애는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와 예능 프로그램을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중년 나이에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검색어를 집어 삼키셨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최근 들어 활동 영역이 넓어진 것 같아요. 40대 여배우가 이토록 뜨거울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데, 어떤 결심이라도 하신 건가요?

“인생은 놀람의 연속 같아요.(웃음) 2년 전에 <아내의 자격>을 찍고 나서 그 뒤로 영화 한 편을 찍었어요. 그러다가 영화 말미에 여행을 가자고 해서 갔죠(그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한 케이블방송에서 인기를 끈 <꽃보다 누나>에 출연했다. 이 프로그램은 윤여정, 김자옥, 이미연 등의 여배우와 이승기의 크로아티아 여행기를 담았다. 김희애는 이 프로그램에서 ‘먹방계의 샛별’, ‘잡식소녀’ 등의 별명을 얻으며 시청자들에게 친근함을 더했다).

그런데 저는 <꽃보다 할배>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고맙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어르신들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잖아요. 그러다가 원래 작년에 하기로 했던 <밀회>를 올해 들어서 하게 된 거죠. 그래도 모든 게 영원한 건 없다고 생각해요. 잠시 또 이러다 말겠죠.(웃음) 저는 제 갈 길을 향해 가는 거죠. 쑥스럽네요.”

일상에선 평범한 아내이며 주부

월간중앙과 인터뷰가 있던 날은 마침 그가 출연한 영화 <우아한 거짓말>이 관객수 100만 명을 돌파한 날이었다. 소감을 묻자 그는 “손해는 안 볼 것 같아 다행이다”며 말을 아꼈다. <우아한 거짓말>에서 그는 딸 둘을 홀로 키우는 억척엄마 현숙으로 분했다. 남편을 떠나보낸 지 9년 만에 열네 살 막내딸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고 떠나지만 현숙은 마트에서 일하며 씩씩하게 살아간다.

김희애가 영화에 다시 출연한 것은 21년 만의 일이었다. 그는 “일단 먼저 저부터 감동을 받아야 되는 스타일인데 시나리오부터 흠잡을 데가 없었다”며 “아이들을 키우고 있어 아이들 세계의 ‘왕따’를 소재로 한 줄거리가 남 이야기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애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다 보니 너무 센 이야기는 재미있어도 불편해서 볼 용기가 안 난다”며 “이 영화는 편한 소재는 아니었지만 따뜻하고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고 덧붙였다.

김희애는 1996년 벤처기업가 이찬진씨와 결혼해 슬하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 2014년 김희애는 대한민국에서 ‘핫(hot)한 여배우’로 꼽히지만 평소엔 평범한 주부, 엄마, 아내와 다를 바 없다고 한다. 그는 예전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행사장에 나가서 사진 찍고, 포즈 취하고… 제 인생이 그게 전부인 줄 아는데 더 많은 시간을 엄마로, 주부로 산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밀회>가 후반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사랑이 스캔들로 끝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는 데, 결말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요.

“연상연하 커플의 만남도 여러 종류가 있겠죠. 저희는 음악, 피아노 등 정신적인 것을 통해서 먼저 감동을 받고, 그 다음에 마음을 열게 됐죠. 그래서 결혼을 하고 뭐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그에 어떤 결과, 열매로 맺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 드라마는 20대 남자가 한 번쯤 겪어야 하는 성숙의 과정과 제 또래의 여자가 받아들여야 하는 과정이 부딪히는 접점인 거죠. 아마 젊은 청년은 시련을 배우게 되겠고, 저는 많이 내려놔야겠죠?”

혹시 김희애 씨에게 개인적으로 잊을 수 없는 ‘밀회’ 같은 것은 없었나요?(웃음)

“드라마 <밀회>에 출연한 게 바로 ‘밀회’인 거 같아요. 저한테도 그렇고, 시청자분들에게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한국 드라마사에서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자신도 있고요. 꿈은 크게 가지라고 들었어요!”(웃음)

201405호 (201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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