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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동차산업밸리 조성에 발벗고 나선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광주는 최고의 노동생산성과 노사관계 안정성을 지닌 도시” 

장원석 이코노미스트 기자
두 달 전 위암 수술 받고도 사업 성사 위해 동분서주… 당위성은 입증, 여야 정파 떠나 전폭적인 지지 요청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은 “광주를 자동차 100만 대 생산도시로 조성하는 사업은 국민의 문제이고, 한국 제조업 전체의 과제”라며 “어떻게 해서든 반드시 성사시키겠다”고 힘줘 말했다. / 사진제공·광주광역시
그는 아팠다. 두 달 전 위암 수술을 받았다. 그는 스스로 시민들에게 수술 사실을 알렸다. ‘시장으로서 시민에게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고, 시민은 살림을 맡긴 일꾼이 어떤 상황인지 알 권리가 있다’는 게 이유였다. 신선했다. 다행히 조기에 발견해 큰 수술은 아니었다지만 확실히 그는 평소보다 수척한 모습이었다. 11월 11일 윤 시장을 만났다. 그와 나눈 대화의 주제는 처음도 끝도 ‘일자리’였다.

건강은 괜찮나?

“많이 회복했다. 무등산도 다녀왔다. 시민들께서 덕담을 많이 해주신 덕분에 더욱 기운이 난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나 요즘 최대 화두가 민생이다. 그만큼 경제 사정이 어렵다는 얘기일 거다. 민생의 핵심은 일자리다. 그런데 일자리 몇 개 만들어 내는 일, 참 쉽지 않다. 지금은 내가 아플 때가 아니다.(웃음)”

‘자동차 100만 대 생산도시 조성사업’ 때문에 바쁜 것 같다.

“광주와 광주 시민을 위해 너무나 중요한 사업이다. 자동차는 지역 경제의 40%를 차지하는 광주의 최대 주력산업이다.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지만 광주는 울산에 이어 국내 제2의 자동차 도시다. 이제껏 잘해왔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국가 경제가 저성장의 함정에 빠진 상황에서 주요 산업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다. 자동차 역시 고비용, 저효율로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공동화가 현실로 다가왔다.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안 될 시점이다. 이에 자동차 전용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새로운 친환경 자동차 공장을 증설해 지역경제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해보자는 구상이다.”

왜 광주인가?

“광주는 국내 최고의 노동생산성과 노사관계의 안정성 등 장점이 많은 곳이다.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을 극복하는데 가장 적합한 모델이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친환경이라는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에 적응하는 차원에서도 광주는 최적지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이 이미 전기차 소울을 생산하는 중이고, 수소차 중심의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도 이곳에 있다. 한국전력을 비롯해 에너지, 금형 등 주변 인프라 역시 탄탄하다.”

정부와 여당의 협조가 중요할 텐데 잘될 것으로 보나?

“자동차 100만 대 생산도시 조성은 완성차는 물론 자동차 부품 중소기업을 육성해 글로벌 산업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이다. 자동차 글로벌 4대 강국이란 목표를 앞당길 수 있는 국가적인 프로젝트다. 우리 자동차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도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 이는 광주의 미래이기도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업이기도 하다. 여야 모두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고, 지난 7월 정부의 ‘수출경쟁력 강화 대책’에 광주가 제시한 자동차부품 전용 산업단지 조성이 포함된 것을 감안할 때 사업 당위성은 이미 입증됐다고 본다. 절대 정파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문제이고, 한국 제조업 전체의 과제다. 어디서든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광주형 일자리’ 구상이 호평을 받고 있다.

“산업단지를 만들고 생산과 조달, 조립 과정에서의 비효율을 개선해도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제조업 공동화도 해답을 찾기 어렵다. 바로 적대적 노사관계다. 청년들과 자주 만나는데 대부분 ‘3500만원 정도 받는 직장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일자리가 없어 청년들이 지역을 떠난다. 시장이기 이전에서 시민으로서 너무 슬프다. 적당한 임금을 주는 대신 기업이 수익을 내는 만큼 또 고용을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목표다. 광주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이름에 광주가 붙었을 뿐, 핵심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 일하기 좋은 환경이다. 앞으로는 노사가 경영과 책임을 공유하는 모델로 갈 수밖에 없다. 노사가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시와 시민이 동참하면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얼마 전 시 산하 공공기관 용역근로자 421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여건이 되는대로 더 늘려갈 것이다. 이들에게는 광주시가 사용자 입장이다. 시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꼭 투자해야 할 사업임에도 재정적 한계 많아”

적대적 노사관계를 해소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않나?

“안 될 일도 아니다. 사회 구성원 간의 원활한 소통은 광주의 힘이다. 취임 이후 사회통합추진단을 만들고, 공을 많이 들였다. 덕분에 노·사·민·정을 아우르는 폭넓은 대화가 오가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공감대가 차츰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 10월 현대위아 광주공장 노조의 파업을 시가 중재해 합의에 이르게 한 것은 사회적 대타협의 가능성을 확인한 결과라 생각한다.(현대위아 비정규직 노조가 10월 19일 부분 파업에 들어간 상황에서 사회통합추진단이 중재안을 마련했고, 22일 노사 간 잠정 합의가 이뤄졌다. 이에 윤준모 현대위아 사장이 직접 윤 시장을 방문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임금에 대한 노사 간 합의도 중요할 텐데.

“임금 문제는 기본적으로 노사의 고유권한이다. 시가 나서서 임금을 얼마나 주고, 얼마나 받으라고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근로자의 임금 액수를 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임금엔 급여 총액뿐만 아니라 노동 시간, 노동 환경, 일자리 창출, 기업 간 상생 등 여러 문제가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다. 그러므로 사회 연대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런 틀을 만드는 게 광주의 목표다. 다만 기아차 근로자의 평균 연봉이 8천만원 정도인 반면, 인근 산단 근로자의 연봉이 3천만원에 못 미친다는 현실적인 격차가 존재한다. 이를 노사합의 테두리 안에서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청년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이는 기업도, 노조도 이미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시민들의 이해와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할 듯하다.

“광주는 역사적으로 당당한 도시다. 시민들은 대한민국의 정치적 민주화를 견인했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동시에 광주는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 나눌 줄 아는 따뜻한 도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곳간이 넉넉해야 도움도 줄 수 있는 것 아닌가. 자랑스러운 광주의 공동체 정신, 연대의 정신이 지역의 산업 인프라를 키우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시민이 지지해주시는 만큼 ‘광주만의 상생 모델’이 충분히 탄생할 수 있다고 본다.”

취임 500일이 지났다. 시정을 운영해오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과 아쉬운 일을 꼽자면?

“KTX가 개통됐고, 유니버시아드 대회도 잘 치러냈다. 이젠 자동차 100만 대 생산도시 조성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 지금은 광주의 대전환기다. 자랑하고, 보람을 느낄 시점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취임 후 첫 결제 사항이었던 ‘중증장애인 24시간 활동 보조 지원’ 등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따뜻한 광주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은 알아 주셨으면 좋겠다. 반면 KTX 개통에 따른 광주역 주변 도시 재생 사업, 지하철 2호선 등 지역의 대형 현안사업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건 늘 아쉽다. 취약한 지방의 재정 여건상 중앙정부의 정책과 예산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다. 5년 뒤, 10년 뒤를 내다보고 지금 꼭 해야 할 투자가 있는데 재정적인 한계가 있다. 어렵지만 시장이 발로 뛰면서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 장원석 이코노미스트 기자

201512호 (201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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