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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200골 ‘슈퍼손’ 손흥민의 TOP 5골 

 

이민준 월간중앙 인턴기자
■ 국가대표 A매치 30골 이어 프로 무대 170골
■ 한국인 유럽 무대 최다 득점… 매 골이 신기원


▎손흥민은 2010년 10월 성인무대 데뷔 후 지금까지 프로 경기 170골, 국가대표 경기 30골을 합쳐 총 200골을 득점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페널티킥으로 A매치 30골을 기록한 뒤 세리머니 중인 손흥민. 연합뉴스
‘200’, 손흥민(29·토트넘 홋스퍼)이 성인 무대 데뷔 후 기록한 골 개수다. 프로 무대에서 170골에 국가대표 A매치 30골을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월드클래스 공격수의 자질을 뽐내고 있다. 전 세계 축구선수들이 엄지를 추어올리는 ‘차붐’ 차범근(68)의 유럽 무대 총 121골을 넘어선 지 오래로, 매 골이 신기원이다. 2010년 10월 데뷔 후 12년째 유럽 무대를 누비는 손흥민의 발끝에서 터져 나온 200골 중 TOP 5골을 선정했다.


▎분데스리가 데뷔전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동료들과 축하 중인 손흥민. 함부르크 SV 페이스북 캡처
분데스리가 데뷔전에서 골 작렬… 화려한 시작 알리다

다른 유명 축구선수들과 손흥민의 가장 큰 차이점은 프로 커리어의 시작점이다. 보통 프로팀과 연계한 중·고등학교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며 졸업 후 프로팀에 입단하는 선수들과 달리, 손흥민은 2008년 8월 당시 분데스리가에 속한 함부르크 SV로 전격 이적한다.

손흥민은 이적 직후 빠르게 팀에 녹아 들어갔다. 2년간의 유스팀 생활을 마친 뒤 2010년 여름 만 18세의 나이로 1군 팀에 합류했다. 개막 전 프리시즌(Pre-Season)에서 9경기 9골을 넣으며 잠재력을 과시했으나, 경기 중 상대방의 거친 태클에 부상을 입으며 공식 데뷔전이 미뤄진다.

2개월간의 재활을 마친 뒤 가진 리그 데뷔전, 팬들은 내심 어린 손흥민이 부상으로 실력을 잃었을까 노심초사했다. 손흥민은 그런 걱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23분 만에 득점에 성공했다. 앞으로 나온 골키퍼 위로 공을 가볍게 튕긴 뒤, 빈 골문을 향해 툭 밀어 넣은 재치 있는 골이었다.

이 골은 손흥민에겐 리그 데뷔전 데뷔골이라는 뜻깊은 기록이다. 동시에 소속팀 함부르크엔 최연소 득점 신기록이라는 선물을 안겨줬다. 이전 최연소 득점자는 함부르크의 전설적 선수인 마니 칼츠로, 손흥민은 39년 만에 신기록을 세웠다.


▎동료에게 건네받은 공을 그대로 슈팅하는 손흥민(등번호 7번). UEFA 캡처
별들의 무대 챔피언스리그에서 시즌 최고의 골 선정

함부르크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손흥민에게 러브콜이 쏟아졌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강팀인 리버풀 FC, 현재 소속팀인 토트넘 홋스퍼 등 유명 팀이 구애를 보냈다. 그러나 손흥민의 선택은 바이어 레버쿠젠, 분데스리가의 저력 있는 팀이자 차범근이 맹활약했던 구단이었다. 2013년 여름 합류한 손흥민은 첫 시즌 12골 7도움을 기록하며 적응기를 거쳤다.

본격적인 활약은 두 번째 시즌인 2014~2015시즌이었다. 이때 손흥민은 ‘별들의 전쟁’이라고 불리는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맹활약한다. 특히 2014년 11월 죽음의 원정이라고 불리는 러시아 원정에서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상대로 중거리 슈팅에 성공했다. 프리킥 상황에서 동료가 재치 있게 잡아둔 볼을 그대로 슈팅한 것이다.

상대 골키퍼가 몸을 던져봤지만, 공은 그대로 골키퍼를 지나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골은 UEFA 기술위원회에서 선정한 챔피언스리그 최고의 세트피스 골로 선정됐다. 이때의 활약에 힘입어 손흥민은 현 소속팀인 토트넘으로 이적한다.


▎50m 전력질주 후 비어있는 골문을 향해 공을 밀어 넣는 손흥민. 연합뉴스
후반 추가시간 50m 질주… 랭킹 1위 ‘전차군단’ 침몰시키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대한민국의 16강을 향한 여정은 험난했다. 국제축구연맹 랭킹 1위이자 직전 월드컵 우승 국가인 독일, 월드컵 6회 연속 16강에 진출한 멕시코, 지역 예선에서 이탈리아와 네덜란드를 꺾고 올라온 스웨덴과 한 조에 편성되면서다.

걱정은 언제나 현실이 되는 법이라 했던가. 스웨덴과 멕시코를 상대로 한 2연전에서 대한민국은 모두 패배했다. 압도적인 상대방의 경기력에 손흥민도 공격 대신 수비를 도우는데 힘썼다. 멕시코전에선 후반전 추가시간에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터뜨렸지만, 경기 결과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반전은 패배가 점쳐졌던 독일전에서 시작됐다. 부상으로 빠진 기성용(33·FC 서울) 대신 주장 완장을 차고 나선 손흥민은 독일 수비진의 빈틈을 계속해서 노렸다. 독일의 공격은 매서웠지만, 대한민국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오히려 코너킥 상황에서 김영권(32·울산 현대)이 득점에 성공하며 리드를 잡았다.

예선 탈락 위기에 놓인 독일은 총공세에 나섰다. 후반 추가시간 골키퍼인 마누엘 노이어(35·바이에른 뮌헨)까지 골문을 비우고 공격에 가담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손흥민은 주세종(31·감바 오사카)이 빈 곳을 향해 길게 찔러준 볼을 따라잡았다. 체력을 다 써버린 시간이지만 끝까지 집념을 놓지 않은 손흥민은 공을 살려내 그대로 골문에 밀어 넣었다.

스웨덴이 멕시코를 3:0으로 잡아내며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마지막 찰나에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은 손흥민의 집념만은 아름답게 빛났다.


▎수비수 7명을 달고 드리블하는 손흥민. 손흥민은 70m를 질주하는 동안 총 9명의 수비수를 벗겨내고 득점에 성공했다. FIFA 캡처
수비수 8명 벗긴 70m 드리블 돌파… 푸스카스상 수상

2019년 12월 8일, 경기 전 토트넘 선수단엔 긴장이 감돌았다. 이전 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1골 차로 석패한 상황에 주전 선수들의 체력 문제까지 겹쳤다. 스타 플레이어는 없지만 끈끈한 수비를 자랑하는 번리 FC와의 경기가 고비로 다가왔다.

걱정은 4분 만에 사라졌다. 해리 케인(28·토트넘)이 벼락같은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만들어냈고, 5분 뒤엔 루카스 모우라의 추가 골까지 터졌다.

토트넘 쪽으로 분위기가 기운 전반 32분, 손흥민의 드리블이 시작됐다. 공을 몰고 70m를 홀로 돌파했다. 손흥민을 막기 위해 달라붙은 수비수만 9명, 그러나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주변을 살피다 그대로 때린 슈팅이 골망을 갈랐다.

이 골은 1년 후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수여하는 푸스카스상에 선정됐다. 푸스카스상은 매년 가장 아름다운 골을 넣은 선수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손흥민은 수상 소감에서 “패스를 하려고 했으나 마땅치 않아 드리블을 계속했다”고 전했다.


▎손흥민이 상대 수비수 네이선 아케(27‧맨체스터 시티)를 앞에 두고 슈팅을 때렸다. 이 슈팅은 득점으로 이어지면서 토트넘에 승리를 안겼다. 토트넘 홋스퍼 공식 홈페이지 캡처
디펜딩 챔피언 침묵시킨 개막전 선제·결승골

2021~2022시즌 개막 전 토트넘 팬들은 걱정이 가득했다. 분위기를 잡아야 하는 첫 상대가 맨체스터 시티, 직전 시즌 우승팀이었기 때문이다. 구단주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공수 양면으로 완벽에 가까운 선수단을 구축한 만큼, 토트넘 입장에선 버거운 상대였다.

선수단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끊임없는 이적설에 시달린 파트너 해리 케인이 휴가에서 늦게 돌아오며 출전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측면에서 활약하던 손흥민에게 중앙 공격수 롤이 부여됐지만, 익숙지 않은 자리인 만큼 팬들은 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팽팽한 경기가 이어지던 후반 10분, 손흥민의 발끝이 불을 뿜었다. 수비수를 앞에 두고 잔발로 드리블하던 손흥민이 순간적으로 공간을 만들며 때린 중거리 슈팅이 그대로 골문을 열었다. 주로 쓰지 않는 왼발이었지만, 연습 때 오른발로 100번을 차면 왼발로 200번을 연습했다는 손흥민의 노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경기는 손흥민의 골 이후 그대로 종료되며 1대 0 승리로 끝났다. 이 골로 손흥민은 2시즌 연속 토트넘의 리그 첫 골을 기록했다.

손흥민의 200골이 더욱 대단한 것은 이 기록이 ‘현재진행형’이어서다.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그는 토트넘과 4년 재계약에 서명했다. 전성기를 지나고 있는 지금, 그의 골 행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 이민준 월간중앙 인턴기자 19g297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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