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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안 하면 죽는다’… 양향자가 폭로한 ‘처럼회’의 정체는?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 양향자, “처럼회는 막무가내…청와대 사람 20명 감옥 간다고 해”
■ 검찰개혁 표방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 최강욱·황운하 등 10여 명
■ 양향자 대신 ‘민형배 탈당’으로 채워 안건조정위 의결정족수 확보


▎검수완박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입장을 낸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민주당 내 강경파 초선 의원 모임인 ‘처럼회’가 검수완박 강행 처리를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포토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강행 처리가 임박한 가운데 법사위 소속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검수완박 안 하면 문재인 정부 사람들이 죽을 거라며 법안에 찬성하라고 했다”고 폭로해 파문을 일으켰다. 양 의원은 당초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었으나 검수완박의 1차 관문인 법사위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하기 위해 법사위로 사·보임된 뒤 탈당해 무소속 신분이 됐다.

4월 21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양 의원은 ‘검수완박 법안을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문을 “멘토 그룹의 자문을 거쳐 내가 쓴 게 맞다”고 했다. 양 의원은 “열심히 법안을 공부했고, 이렇게 강행해선 안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하지만 ‘처럼회’ 이런 분들은 막무가내였다”고 했다. 그는 “강경파 모 의원한테선 (검수완박 안 하면) 죽는다고 했다. 다른 분은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 갈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고 주장했다.

양 의원이 검수완박 강행 처리를 주도하는 강경파로 지목한 ‘처럼회(’행동하는 의원모임 처럼회‘의 줄임말)’는 민주당 내 초선 의원 모임이다. 검찰의 민주적 개혁을 표방하며 2020년 6월에 만들었다. 윤영덕·김승원·황운하·민형배·김용민·김남국·이탄희·유정주·이수진·장경태·최혜영·홍정민·한준호·최강욱 의원이 속해 있다. 민주당은 검수완박을 추진하면서 법사위에 검찰 출신 의원들 대신 처럼회 소속 의원들을 전진 배치했다. 민형배, 최강욱 의원이 그들이다. 김남국·김용민·이수진 의원도 법사위에 배치돼 있다.


▎최강욱 의원과 김용민, 민형배, 김승원 의원 등 ‘처럼회’ 소속 의원들이 2021년 9월 2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검찰 공작정치’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의겸·민형배·윤영덕·김승원·최강욱·김용민 의원. 중앙포토
당내 강경파들… 일부는 피고·피의자 신분

이들 중 3명은 권력형 범죄 연루 의혹으로 재판 중이거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황운하 의원은 2018년 울산시장 선거개입 및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의 핵심 인물로 2020년 1월 기소돼 피고인 신분이다. 최강욱 의원은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 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 인턴활동확인서를 허위작성한 혐의 등으로 재판 중이다. 김남국 의원은 지난해 12월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 장남의 불법 도박 의혹과 관련해 “야당이 기획했다”고 말해 선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처럼회는 검찰개혁 이슈를 주도해왔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검찰총장일 때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갈등이 극에 달하자 ‘윤석열 출마금지법’으로 불린 현직 검사·판사의 선거 출마를 제한(사직 후 1년 이내 출마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내놓거나, ‘윤석열 탄핵’, 특검 도입 등 원내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의 강경한 행보에 이낙연 전 당 대표가 “조금 과하다”며 진화에 나설 정도로 당내에서도 우려와 기대가 교차했다.

한편 양향자 의원의 이탈로 법사위 안건조정위 통과가 불확실해지자 민주당은 서둘러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켜 양 의원의 역할을 대신 하도록 했다. 안건조정위는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된다. 무소속 의원을 확보하면 민주당 뜻대로 안건 처리가 가능하다.

민 의원은 월간중앙과 전화 통화에서 “탈당은 나 혼자 깊이 고민해 결정한 것”이라며 지도부와 사전 기획설을 부인했다. 민 의원은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한 게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서 검찰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내린 정치적 결정으로 봐 달라”며 “4월이 지나면 검찰개혁의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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