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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취임덕(취임+레임덕)’ 걸린 ‘5월의 열흘’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 미 연준, 인플레 지표 확인한 뒤 5월 5일 긴축 폭 결정… 결과 따라 시장 요동
■ 러 푸틴, 5월 9일 전승절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전면전 선포 시 세계 경제 나락
■윤석열 정부 5월 10일 출범… 경제팀 꾸렸지만 앞길 험난, 재정 투입 여력 한계


▎윤석열 정부는 원희룡(오른쪽)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게 민생경제 중책을 맡겼다. 시장친화적 정책을 표방하고 있지만 이들 앞에 놓인 과제는 무겁기만 하다. 인수위사진기자단
4월 미국 나스닥지수는 13% 이상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쳤던 2008년 10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세계 경제가 그만큼 인플레이션 우려를 높게 보고 있다는 반증이다. 물가를 잡기 위해 미 연준이 금리를 대폭 인상하고, 달러 유동성을 줄이는 양적긴축(QT)을 감행할 것이란 두려움이 배어 있다. 아마존의 주가가 4월 29일 실적 발표 후 하루만에 14% 넘게 폭락한 것도 이런 연장선상이다.

결국 관건은 현재의 인플레이션 상황이 정점이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 5월 초, 그 향방이 결판난다. 최대 변수는 미국의 경제 지표다. 미 공급자관리협회(ISM)는 5월 2일 제조업지수, 5월 4일 서비스업 지수를 발표한다. 여기서 인플레 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 이 수치가 높게 나오면, 연준의 매파 움직임이 더 노골화할 것이다.

4월 29일 미국 상무부는 2022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1.4%라고 밝혔다. 미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1분기와 2분기 이후 처음이다. 참고로 2021년 4분기 성장률은 6.9%에 달했다. 흥미로운 점은 역성장 쇼크가 나온 직후 다우, S&P, 나스닥 등 미 증시 지표가 급등으로 돌아선 대목이다. ‘앞으로도 저성장이 예상되니 미 연준이 긴축 정책을 과감하게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작동한 것이다. 경제가 하강하는데 금리를 올리고 돈을 거둬들이다 자칫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연준은 ISM의 두 가지 지표를 측정한 뒤 5월 5일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한다. 절대 다수설은 0.5% 빅 스텝 인상이다. 그러나 소수는 0.75%에 달하는 자이언트 스텝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만약 인플레 지표가 도드라지면, 자이언트 스텝이 힘을 받을 수 있다. 5월에는 빅 스텝을 밟더라도 6월 FOMC에서 또 자이언트 스텝 이야기가 흘러나올 수 있다.


▎언젠가부터 세계 경제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귀환한 MB 사람들, 경제 회생시킬까?

미국 금리가 0.5% 오르든, 0.75% 오르든 한국 경제에는 부담이다. 이미 한국은행은 선제적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추가 금리인상을 할수록 부동산 시장 등 실물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환율 폭등을 감당하기 힘겨워진다. 이미 환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1240원을 돌파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5월 9일 러시아의 전승절 행사다. 당초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승절 이전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마치고, 승리를 선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의도했던 것보다 고전을 면치 못하자 푸틴의 퇴로도 끊겼다. 오히려 “전승절을 계기로 푸틴이 전면전을 선포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유럽의 핵폭탄급 금융 제재에도 러시아는 굽히지 않고 있다. 이 마당에 러시아가 확전을 감수한다면, 세계 경제는 차원이 다른 불확실성에 빠지게 된다.

5월, 운명의 열흘이 끝나는 10일에는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한다. 윤 당선인의 경제라인 인선을 살펴보면, 추경호 경제부총리 후보·최상목 경제수석 내정자 등 이명박 정부 인사를 중용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견뎌낸 노하우를 빌리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현 상황은 그 당시보다 더 엄혹하다. 글로벌 불확실성은 훨씬 더 증폭됐지만, 정부가 할 수 있는 공간은 협소해졌다. 전 정부에서 국가 채무를 키워놓은 상태인지라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어떻게든 물가는 잡되, 경제의 활력은 놓치지 말아야 하는 ‘미션 임파서블’에 가까운 난제에 직면해 있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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