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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값 2만원 시대’ 가맹점·소비자는 울컥한다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 가맹점주 “가격 올려도 본사만 남는 구조… 배달 수수료도 부담”
■ 더 이상 서민 음식 아닌 탓에 ‘NO 프랜차이즈’ 선언 소비자도


▎국내 3대 치킨 프랜차이즈가 ‘치킨값 2만원’ 시대를 열었다. 일부 프랜차이즈는 치킨값 인상에 이어 가맹점에 제공되는 원부자재 값마저 올리며 수익은 본사가 가져가고 가격부담은 오롯이 소비자와 가맹점주의 몫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준희 기자
국내 3대 치킨 프랜차이즈가 ‘치킨값 2만원’ 시대를 열었다. BBQ와 BHC는 치킨값 인상에 이어 가맹점에 제공하는 원부자재 값마저 올리면서 수익은 본사가 가져가고 가격 부담은 오롯이 소비자와 가맹점주의 몫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BBQ는 5월 2일 사이드 메뉴와 주류·음료를 제외한 제품 가격을 2000원 인상했다. 대표 메뉴 ‘황금올리브’는 1만8000원에서 2만원이 됐다. 교촌치킨과 BHC는 BBQ에 앞서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가격을 인상하며 치킨값 2만원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업계는 가격 인상 배경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물류 대란, 최저임금 상승, 국제 곡물가와 사료값 급등을 꼽고 있다.

BBQ와 BHC는 최근 가맹점에 공급하는 원부자재 값을 올리기도 했다. BHC는 원부자재 총 51개 품목 가격을 평균 6.8% 올렸다. BBQ는 가맹점에 공급하는 신선육과 올리브오일·파우더·소스·치킨 무 등 39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19.5% 인상했다. 포장용 쿠킹호일의 공급가는 70%를 높였다. BBQ 관계자는 “본사가 비용을 부담하며 버텨왔지만 더는 감당하기 어려워 불가피하게 원재료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치킨 프랜차이즈의 ‘횡포’에 소비자들도 뿔이 났다. 서울 영등포구 주민 김모씨는 “치킨의 사회적 이미지는 쉽게 먹을 수 있는 ‘서민 음식’인데 가격이 올라도 너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닭 튀기고 배달도 직접 해야 할 판”

본사의 가격 인상 방침에 가맹점주들은 한숨부터 내쉰다. 서울 강서구에서 BBQ 가맹점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치킨값이 2만원이면 마진이 많이 남는 줄 알겠지만 물류비와 세금 떼고 인건비와 임대료 나가고 나면 마이너스 수준”이라며 “본사가 가맹점의 필수 구매 품목을 결정해 마진을 너무 많이 가져가는 구조가 문제”라고 말했다.

배달앱 업체들의 배달 수수료 인상 움직임도 가맹점주들에게는 부담이다. 서울 양천구에서 BHC 가맹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배달의 민족과 쿠팡이츠 등이 수수료를 인상하면서 부담이 더욱 커졌다”며 “가맹점주가 닭 튀기고 배달까지 직접 하지 않으면 도무지 남을 수가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박승미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위원장은 월간중앙 전화 통화에서 “배달비와 수수료 때문에 가맹점주들의 영업이익이 낮아진 상황에서 본사가 가격과 원부자재 값을 올리는 것은 고통 분담이 아닌 고통 전가”라고 지적했다.

치킨 프랜차이즈의 ‘횡포’에 소비자들도 뿔이 났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치킨을 시켜 먹는다는 영등포구 주민 김모씨는 “치킨의 사회적 이미지는 쉽게 먹을 수 있는 ‘서민 음식’인데 가격이 올라도 너무 많이 올랐다”며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을 왜 소비자가 져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원구에 거주하는 한모씨는 “프랜차이즈 치킨은 가격이 비싸고 가맹점에 따라 맛도 달라 어느 순간부터 안 먹게 됐다”며 “최근엔 배달비마저 부담스러워 동네 치킨집에서 방문 포장해 먹곤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치킨 본사의 가격 인상과 배달업 업체들의 수수료 인상으로 소비자들이 프랜차이즈 치킨을 외면하면서 결국 문을 닫는 가맹점주가 많아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lee.seu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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