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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로 외연 확장하는 윤석열 정부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 대검찰청, 5·18 처벌 피해자 명예회복 대대적 추진
■ 기념식 참석 이어 극우와 선 긋고 외연 확장 시도
■ 선거 앞두고 ‘각 세우기’ 실패한 민주당은 ‘자중지란’


▎5월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엄수된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검찰이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처벌을 받은 사법 피해자의 명예회복을 대대적으로 추진한다. 최근 5·18 기념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등 보수 여권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 데 이어진 조치여서 외연 확장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검찰청은 25일 5·18 민주화운동 관련 유죄판결이나 기소유예 처분 등으로 불이익을 받은 이들에 대한 명예회복 절차를 진행하도록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국 각급 검찰청은 관련 사건이 있는지 확인해 법원에 직권재심을 청구하거나 재기를 통한 무혐의(죄가 안 됨) 처분 등 피해 회복을 진행한다. 이 같은 처분으로 무죄 선고나 죄가 안 됨 처분을 받을 경우 일정 기준에 따라 형사보상도 이뤄진다.

검찰은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 5·18 관련 유죄판결을 받은 이 183명에 대해 직권재심을 청구해 무죄판결을 얻어냈다. 또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31명의 사건을 정당행위로 인정해 ‘죄가 안 됨’ 처분으로 변경하는 등 명예회복을 추진해왔다.

다만 보수 정부가 들어선 뒤 검찰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시국사건 가담자의 명예회복을 추진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새 정부 출범 전부터 검수완박 파동을 겪으며 ‘무소불위 권력 기관’이란 비판을 의식한 조처로 풀이된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검찰의 잘못을 결자해지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정치적으로는 중도층을 포용하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기도 한다.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검찰이 자체적으로 이 같은 조처를 하기엔 무리가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기념식 일정으로 광주 북구의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거행된 ‘제42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바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여당 지도부, 참모진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보수정권 대통령으로는 처음이었다.

5·18을 활용한 윤 대통령과 보수 여권의 이 같은 포지셔닝 전략은 성공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극우 이미지를 벗고 중도와 진보까지 아우르는 합리적 보수로 체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국민들도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5월 16~20일 리얼미터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28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50.1%를 기록했다. 같은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도가 50%를 넘은 건 2020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윤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국정수행 평가도 긍정 평가가 52.1%였다.

각 못 세우는 민주당, 중도층 흡수하는 보수 여권


▎5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합동회의에서 윤호중, 박지현 상임선대위원장이 어두운 표정을 보이고 있다. 김성룡 기자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상황이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586세대가 주류인 민주당으로썬 5·18의 조명이 윤 대통령을 향하는 건 마뜩잖은 일이어서다. 리얼미터의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38.6%에 그쳐 국민의힘과 12%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벌어졌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윤석열 정부가 5·18정신을 내세우는 바람에 각을 세우기가 어려워졌다”며 “국가적으론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지방선거에는 분명한 악재”라고 말했다.

지방선거 패배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민주당은 자중지란에 빠진 모습이다. 25일 오전에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합동회의에서 윤호중 공동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는 박지현 공동선대위원장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이날 박 위원장은 공개 발언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586 정치인의 용퇴를 논의해야 한다.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선에서 졌는데도 내로남불도 여전하고 성폭력 사건도 반복되고 당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팬덤 정치도 심각하고, 달라진 것이 없다”며 “잘못된 내로남불을 강성 팬덤이 감쌌다”라고도 했다. 이후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윤호중 위원장은 “앞으로 공개회의 안 하겠다. 이게 지도부냐!”라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전해철 의원은 박 위원장에게 “지도부와 상의하고 공개발언하라”고 했고, 박홍근 원내대표도 “여기가 개인으로 있는 자리가 아니지 않냐”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 회의가 파행됐다.

앞서 박 위원장은 최근 불거진 박완주, 최강욱 의원 등의 당내 성 추문에 대해 사과하면서 당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특히 이재명 선대위원장 지지자들인 ‘개딸(개혁의딸)’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자 등의 반발을 ‘팬덤 정치’로 규정하고, “팬덤 정당이 아니라 대중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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