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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박지현 비대위원장의 586 용퇴론 저의는?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 지도부와 교감 없이 사과문 발표… 이재명 의중 깔려있는지 촉각
■ 6·1 선거 후 당내 갈등 격화 예고, ‘8년 전 선거 만큼은 할 것’ 희망도


▎5월 25일 민주당 지도부 회의에 참석한 박지현(왼쪽)·윤호중 공동 상임선대위원장 사이에선 ‘586 용퇴론’을 두고 냉랭한 기운이 감돌았다. 중앙포토
5월 24일 민주당에는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먼저 5선의 김진표 의원이 국회의장 후보자로 선출됐다. 그리고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이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사실상의 사과문이었다. 그는 “민주당을 팬덤정당이 아니라 대중정당으로 만들겠다”며 “우리 편의 큰 잘못은 감싸고 상대편의 작은 잘못은 비난하는 잘못된 정치문화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국회의 수장을 새로 뽑고, 당의 얼굴이 고개를 숙인 나름 큰 사건이 겹쳤지만, 이날 민주당 내부의 반응은 ‘심드렁’에 가까웠다. 일단 김 의원의 국회의장 선출은 예견된 일이었다. 어차피 국회의장은 민주당 몫인데 새삼스러울 게 없다는 반응이었다. 박 비대위원장의 사과에 대해서도 민주당 내부의 한 인사는 “하든지 말든지 별 관심이 없다”고 시니컬하게 말했다.

박 위원장을 바라보는 당내의 인식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사과로 선거에서 이기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하루 뒤인 25일 민주당 지도부는 박 위원장의 ‘586 용퇴론’을 강력히 비판했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 비대위원장은 “이게 지도부인가”라며 책상을 치고 회의장을 박차고 나갈 정도로 격앙됐다. 전해철 의원은 “지도부와 상의하고 공개 발언하라”고 비판했다. 김민석 의원은 “개인의 독단적 지시에 의해 처리되는 수준의 정당이 아니라”고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그러자 박 위원장은 이럴 거면 나를 왜 자리에 앉혔느냐“며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민주당 비대위원장이자 6·1 지방선거 상임선대위원장이다. 실제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어느 당 대표가 자신의 기자회견문을 당내 합의를 거쳐 작성하는지 모르겠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갈등의 핵심은 박지현 위원장의 발언 배경으로 쏠리고 있다. 정치적 후원자로 여겨지는 이재명 민주당 상임 고문과의 교감 없이 이런 민감한 이슈를 꺼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미 민주당이 6·1 지방선거 패배 이후의 구도를 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난무한다.

민주당이 충청권과 경기도를 내주면 책임론이 대두할 수밖에 없다. 대선 패배 두 달 뒤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며 지방선거에 뛰어든 이재명 고문으로선 난감한 상황이다. 심지어 낙승이 예상됐던 계양을 선거도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재명이 돕는다고 인천시장, 경기지사, 서울시장 선거가 유리하게 흘러갈 계제도 아니다. 이런 국면에서 박 위원장이 미리 총대를 메고 ‘586 책임론’을 들고나온 것 아니냐는 것이다. 패배를 명분 삼아 당내 다수를 점하는 586을 밀어내는 쇄신의 형태로 이재명계가 당권 장악을 시도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5월 25일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TV 토론에 참석한 민주당 이재명(왼쪽) 후보가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와 만났다. 이 후보가 예상을 깨고 고전을 면치 못하자 민주당의 선거 전략도 흔들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지현과 이재명의 교감은 어디까지?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재명 고문과 무관한 박 위원장의 행보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이 고문이 공들이고 있는 ‘개딸(개혁의 딸)’과 박 위원장이 최근 대립하고 있다는 것이 근거다.

또한 설령 586을 밀어내봤자 그 아래 세대 민주당 의원들을 향한 국민 여론이 좋은 것도 아니다. 이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인사청문회나 국회 질의를 통해 이수진, 김남국, 김용민, 최강욱, 고민정 의원 등 초선 그룹은 강성 지지층에 호소하는 행보를 강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있다. 중도 확장성에서 한계를 보이는 한, 민주당의 체질 개선은 요원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내부 여론조사를 돌려보면 아직은 경기지사와 계양을 보궐선거가 비관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과 인접한 경기 북부는 안보에 민감하다. 이제껏 여성 경기도지사가 나온 적이 없는 이유”라며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를 겨냥했다. 민주당은 충청도에서도 4곳(대전·충남·충북·세종)을 모두 석권한 2014년 지방선거에 버금가는 성적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대선에 비해 여론조사보다 충성 지지층의 투표율이 중요한 지방선거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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