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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제언] 22대 총선 승리로 이끄는 팁 

‘보수’, ‘진보’를 외쳐서는 내년 선거에 이길 수 없다 

사람들은 진영논리보다 화목하고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생활 원해
유권자의 70%는 자신과 다른 정치적 태도를 가진 이에게도 관대


▎지난해 20대 대선 당시 서울역 대합실 사전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 / 사진:연합뉴스
유권자의 마음, 즉 민심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비교적 오랜 기간 정치인들의 말과 행동을 지켜보면서 형성되는 게 유권자의 정치적 태도이다. 특별한 사건이 없는 한 그 태도는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1년이란 시간은 그런 민심을 듣고, 보고, 그 속마음을 이해하고, 유권자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실천하는 데 적당한 기간일 것이다. 단기간에 급조된 전략만으로는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렵다.

사람들의 행동만 관찰해서는 그들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없다. 그 속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유권자와 함께 체험해야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체험이 없는 지식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렵다. ‘체험→공감→이해→유도’가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이다. 더구나 정치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말에만 귀를 기울이면 성공하기 어렵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유권자는 다른 사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 주변 사람들은 유권자와 다른 감정, 이해관계, 목적을 가질 공산이 크다.

여론조사도 유권자의 마음을 깊숙이 들여다보지 못하고 부분적인 행동만 표피적으로 전달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현재 윤석열 정부에 대한 찬반 태도, 정당 지지율, 국회의원 수 증감에 대한 찬반 등의 여론조사가 그런 예이다. 조사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그런 찬반 태도의 이유를 전달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표피적이란 것이다.

진짜 보수, 진짜 진보는 합쳐도 10% 수준


주관적인 ‘보수’, ‘진보’에 관한 여론조사가 특히 그렇다. 지난 3월 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를 보면 유권자 중에서 ‘나는 보수다’가 29%, ‘진보’가 28%,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모름, 무응답 포함)가 43%로 나온다(도표 1 참조).

여당은 영남이, 야당은 호남이 자기네들의 표밭이라고 여기지만 다 옛날이야기다. ‘나는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라는 유권자가 각각 38%(대구·경북 35%, 부산·경남 41%), 46%(광주·전라)다. 이 기고의 결론에 언급되듯이 ‘진짜 보수’, ‘진짜 진보’는 합해서 겨우 10% 정도라는 사실이다.

국민은 변화보다는 질서를 원한다


2020년도 총선에서 국회의원 후보자 중 50% 이상 득표로 당선한 국회의원이 전체 당선자 253명 중 217명, 즉 86%에 달했다. 14%만이 50% 미만의 득표로 당선됐다. 득표율 50% 이상이 되어야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역대 투표율 등을 고려하면 내년 총선 투표율은 66% 안팎을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나는 보수다’, ‘나는 진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내면을 볼 필요가 있다. 한국리서치의 ‘한국인의 신념과 가치 조사’(2022년 12월 22~26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000명, 한국리서치 응답자 패널을 이용한 웹과 모바일 조사) 결과를 보자. ‘보수’와 ‘진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보수’를 자처하는 사람 중에서도 73%가 국가(9%)나 종교(7%)보다 가족에게 더 큰 소속감을 갖는다. 스스로 ‘진보’라고 하는 사람 중에서도 77%가 그러하다.

▷‘보수’ 중에서도 72%가 ‘나의 뜻대로 사는 것보다 사람들과 절충하는 삶’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며 ‘진보’ 중에서도 70%가 그렇게 생각한다.

▷통치자의 자녀가 정권을 계승하는 것에 대하여 ‘보수’도 90%가 반대, ‘진보’도 93%가 반대이다.

▷‘기득권층이 지배하는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에 ‘진보’의 81%가 찬성했다. ‘보수’층에서도 절반을 훨씬 넘는 65%가 찬성했다. ‘진보’든 ‘보수’든 기득권층에 대한 저항감이 있다는 것이다.

▷‘질서를 지키는 것이 변화를 일으키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보수’ 중 74%가 찬성했다. ‘진보’ 중에서도 절반 이상인 62%가 찬성했다. 두 주관적 이념층 모두가 변화보다는 질서를 원한다.

보수, 진보 모두 ‘자유 경쟁’ 선호


▷‘강하고 부자인 사람은 존중하여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 ‘진보’에서 반대가 82%이고 ‘보수’에서도 반대가 69%로, 찬성 31%의 두 배가 넘는다. ‘진보’, ‘보수’ 모두 우리나라의 권력자와 부자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자유 경쟁은 우리 사회를 더 좋게 만들 것’이라는 문항에서도 ‘보수’에서만 찬성률이 높은 게(85%) 아니라 ‘진보’에서도 73%가 그렇다고 여긴다. 스스로 ‘진보’라고 생각하는 유권자들도 대부분 ‘자유 경쟁’이 사회주의적 평등보다 올바른 질서의 원리라고 여긴다고 하겠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보다 실용성을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도 보수(57%), 진보(56%) 모두 찬성률이 반대율보다 더 높고, 그 비율도 비슷하다. 내년 총선에서 이념 논쟁이 먹히지 않을 것이란 점을 강하게 시사한다. 유권자의 6할(59%)이 ‘옳고 그름이 세상에 뭐 그렇게 중요하냐. 실용적으로 재산과 현금이, 편리성과 편안함이 더 소중하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따라서 ‘보수냐, 진보냐’를 따진다면 선거에서 우위를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이념을 갖고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도 ‘보수’에서 66%, ‘진보’에서 77%를 차지했다.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 중에서 약 절반(48%)이 ‘보수층’을 싫어하지 않으며, ‘보수’라고 하는 사람 중에서도 51%가 ‘진보층’을 싫어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서로 정치적 이념이 다르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도 유권자의 50%가 적대감을 갖지 않으며, 특히 약 70%의 유권자는 ‘보수’든 ‘진보’든 나와 다른 정치적 태도를 가진 사람에게 ‘그럴 수도 있다. 당연하다’는 아량을 가진 사회가 대한민국이다(도표2 참조). 서울의 광화문 일대에서 주말마다 시위를 벌이는 사람의 수는 많이 잡아도 10만 명이 안 된다. 서울시 유권자 830만 명 중 1.2%이다. 이들이 과연 유권자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을까?

한국리서치는 지난해 말 MaxDiff Analysis(많은 수의 변수 간 중요도 분석 방법) 기법을 활용해 유권자의 마음속 저변의 정서를 분석했다. 우리나라 사람 중 54%가 ‘보수’, ‘진보’라는 자기 이념보다 ‘편안한 인간관계’를 제1의 삶의 가치로 생각하며, 그중에서도 76%는 가족을 가장 소중하게 여긴다. 나머지 24%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 같은 조사에서 다른 37%의 사람들은 이념이나 인간관계보다 ‘금전과 재산’을 중시했다. 인간관계나 재산보다 ‘좌, 우의 이념’을 더 우선시하는 사람은 전체 유권자의 9%밖에 안된다. 9% 중 보수 지향과 진보 지향이 반반이다.

그리고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 ‘보수’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나 ‘진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나 50% 이상은 사람들과 편안하게, 화목하게 지내면서 약간 여유로운 경제생활을 원하고 있다. 이런 바람이 ‘보수’, ‘진보’라는 ‘신념’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믿고 그렇게 사는 것이다.

총선 1년 전 유권자 마음이 중요한 이유


결국 어느 정당이건 내년 총선에서 ‘이념 다툼’을 벌이거나, 혹은 보수와 진보로 ‘진영 논리’를 전개한다면 대다수(적어도 70% 이상, 90%까지)의 유권자는 등을 돌릴 것이다. 보수나 진보가 아닌 가족, 인간관계, 가정의 경제 형편에서 바람직한 미래를 제시하고 그 실천 의지와 능력을 보이는 정치인이 나타난다면, 70% 이상의 유권자가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그 불꽃에 맑은 화염을 일으킨다면 승기를 잡을 수도 있다. 정당은 이러한 후보자를 내세워야 다수당이 될 수 있다(도표3 참조).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자 하는 정당은 다음의 과제를 유의해야 한다. 첫째, 현재 유권자의 마음속을 이해해야 한다. 유권자가 왜 나를 지지하고, 왜 지지하지 않고, 혹은 왜 망설이는지, 그 이유를 객관적으로 발견해야 한다. 둘째, 모든 유권자의 정치적 태도(X축)와 개인적 가치(Y축)를 교차, 세분화하고 그 유권자 집단의 수와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마케팅 조사의 시장 세분화처럼 정치에서도 유권자 세분화가 필요하다. 셋째, 그 세분화된 시장 중 내게 투표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집단을 골라 선거 전략의 목표 집단으로 설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 목표집단의 가치관, 정치와 정당에 대한 태도, 바람직한 정치인의 모습을 깊게 조사하고 이해해야 한다. 그 집단에서 득표율을 올리기 위한 구상을 지금부터 시작하는 정당은 1년 후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커진다.

- 노익상 한국리서치 회장 isroh@hrc.co.kr

202305호 (202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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