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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에서 다시 배우는 리더십(3) 마지막회 

책 읽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다 

이남석 성공회대학교 연구교수·정치학 박사
마키아벨리가 책을 읽으며 15년 동안 자지도 않고 놀지도 않고 정치의 기술을 연구한 결과 나온 책이 『군주론』이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 바깥쪽 회랑에 서 있는 마키아벨리 동상. 마키아벨리는 과거를 독서로 파악했고, 현재를 독서에 근거하여 읽어냈다. / 사진 : 평사리 제공
궁벽한 시골의 한 선술집. 푸줏간 주인, 밀가루 장수, 벽돌공들 그리고 또 한사람이 짓궂은 장난질과 가벼운 도박을 한다. 작지만 그래도 돈이 걸린 도박이라 큰 소리와 다툼, 욕지거리가 난무한다. 깡마른 얼굴에 보일 듯 말 듯한 수염, 세상을 꿰뚫어보는 듯한 형형한 눈을 가진 한 사람. 그에게 짓궂은 장난은 심심풀이나 오락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는 장난을 통해 ‘뇌에 눌러 붙은 곰팡이를’ 닥닥 긁어낸다. 그는 가벼운 도박으로 일확천금을 꿈꾸지 않는다. 그에게 도박은 ‘운명의 장난’에 대한 ‘분노’이다.

깜깜한 밤. 그는 집에 들어가 책을 읽는다. 하루의 일상이 덕지덕지 달라붙은 흙과 먼지가 잔뜩 묻은 옷을 벗고, 그는 예전 관복을 입고, 바른 자세로 책을 읽는다. 사위(四衛)가 잠든 캄캄한 밤. 하루 4시간. 그는 눈만 글을 따라가는 눈 좌우운동형 독서를 하지 않는다. 그는 머리로, 마음으로, 영혼으로 읽는다. 그는 이해되지 않으면 읽고 또 읽고, 앞과 뒤를 다시 왔다 갔다 하며 읽는다.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고,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없으면, 그는 저자와 책의 주인공에게 묻고 또 묻는다. 그러면 저자와 주인공은 ‘이 사람아, 그건 이런 뜻이라네!’ 슬며시 웃으며 대답 해준다. 책을 읽는 그 시간, 그는 고통도 잊고, 가난도 두려워하지 않고, 죽음의 공포도 느끼지 않는다. 그는 ‘15년 동안 자지도 않고 놀지도 않고 정치의 기술을 연구’한다. 그 결과 나온 책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다.

‘읽을 줄 안다’와 ‘읽는다’는 다르다


▎『군주론-시민을 위한 정치를 말하다』평사리 펴냄.
마키아벨리의 책 읽기는 이것만이 아니다. 그는 죽음보다 무서운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애쓴다. 그는 관직 박탈의 최악이 가져다 준 최소의 먹거리를 위해 오전에 벌채꾼들과 두어 시간 일을 한 뒤 근처 옹달샘으로 간다. 그의 손에는 단테, 페트라르카, 티불루스, 오비디우스 등의 작품이 들려 있다. 그는 이 책들을 통해 ‘열정적인 연애’ 그리고 ‘시인의 사랑’ 등을 만끽한다.

요즘 책을 못 읽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문맹률이 아주 낮다. 대부분 책을, 글을 읽을 줄 안다. 하지만 우리는 책을 읽는다, 독서를 한다고 말할 수 없다. 읽을 줄 안다와 읽는다는 전혀 다르다. 책을 읽는 사람, 독서 인구는 많이 잡아도 10% 약 500만, 적게 잡으면 5% 약 250만이나 될까? 어쩌면 이 수치마저도 너무 과장된 기대일지도 모른다.

나아가 마키아벨리처럼 ‘정치의 기술’이란 하나의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10년 이상 집요하게 책을 읽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더 나아가 마키아벨리처럼 하나의 주제에 관심을 가진 동시에 연애와 사랑을 위한 인문학적인 책읽기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책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은 제법 있었으나, 책을 읽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요즘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는 사람, 그것도 하나의 주제를 15년 동안 벼리고, 게다가 인문학적인 책읽기로 마음을 풍요하게 채우는 사람은 진정한 의미에서 리더라고 할 수 있다. 마키아벨리처럼 극도로 가난하고, 관직에서 오던 명예를 잃어버리고, 작은 권력조차 없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읽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리더라고 불릴만한 가치가 있다. 하나의 주제를 승화·발전시키고, 자신의 삶을 꽉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읽기로 가득 찬 책이다. 그는 『군주론』 헌정사에서 ‘현재의 문제에 대한 오랜 경험’과 ‘과거의 문제에 대한 끊임없는 독서’를 강조한다. ‘경험’과 ‘독서’, ‘현재’와 ‘과거’, ‘오랜’과 ‘끊임없는’의 팽팽한 떨림. 그는 명제를 던지고 과학적으로 논증한다. 그 논증은 ‘독서’를 통해 얻은 과거의 사건과 인물이고, ‘경험’을 통해 읽어낸 현재의 사건과 인물이다. 그는 과거의 독서를 통해 현재의 사건과 인물을 읽어낸다. 그에게 경험할 수 없는 과거는 독서의 대상이고, 글로 표현되지 않은 읽을 수 없는 현재는 경험의 대상이다. 그는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현재도 과거의 독서를 통해 읽어낼 수 있는 읽기의 대상으로 바꾼다.

마키아벨리는 경험을 중요시 한다. 그는 경험 없는 학자의 이론이 사변과 도그마에 빠지고, 현실을 전혀 모르는 관료의 책상물림 결정이 큰 탈을 일으킨다고 확신한다. 그는 책읽기도 중요시 한다. 그는 독서 없이 현재의 경험만으로 판단할 경우 방향상실과 가치전도가 발생한다고 우려한다. 경험 없는 독서는 현실감이 떨어지고, 독서 없는 경험 강조는 밑그림을 상실한다. 그는 『군주론』 전체의 장을 과거의 독서를 통해 얻은 인물과 사건 그리고 현재의 경험으로 배운 사건과 인물 읽기로 채운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악명에 시달린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군주론』을 읽고 또 읽는다. 『군주론』을 읽을 때 오는 천년만년의 울림 때문이다. 『군주론』의 여운은 책읽기, 이를 바탕으로 한 현실 읽기의 적확성과 정확성에서 비롯한다. 마키아벨리는 아주 짧은 『군주론』을 집필하기 위해 ‘과거’ 2000년을 ‘끊임’없이 독서하였고, ‘현재’를 고전에 근거하여 ‘오랜’동안 읽어냈다. 떨림의 해소, 독서와 독서에 근거한 현실 읽기가 『군주론』을 명저로 올려놓는다.

책읽기를 바탕으로 한 현실 읽기

바쁜 일상이다. 뉴스도 스마트폰으로 제목만 대충 읽고, 영화도 티저 영상이나 스포일러로 때운다. 가벼운 책은 물론이고, 하는 일 관련 책도 안 본지 오래다. 우리네 삶의 현실이다. 마키아벨리를 떠올려보자. 지독한 가난, 운명의 여신의 가혹한 시련이 가져다 준 혹독한 불운, 하루가 다르게 뜨겁게 변하는 당시 이탈리아 정세, 절대 강국으로 성장한 당시 스페인과 프랑스의 이탈리아 침략, 강력한 나라로 중부유럽을 장악한 신성로마제국. 그 한 가운데에서 그는 모든 걸 잃고 한낱 필부로 지냈다. 그는 좌절하지 않는다. 그는 현실을 읽었고,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는 과거를 독서로 파악했고, 현재를 독서에 근거하여 읽어냈다. 그는 ‘현재의 문제에 대한 오랜 경험’과 ‘과거의 문제에 대한 끊임없는 독서’로 조국 이탈리아가 미래에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 것인가를 밝혔다.

지친 일상이다. 집에 들어가면 소파에 지친 몸을 기대고 TV 채널을 5분 단위로 돌리지 말자. 책읽기용 옷으로 정갈하게 갈아입자. 책상에 앉아 책을 읽자. 내 눈으로 세상을 읽고, 내 두뇌로 세상을 보고, 내 마음과 영혼으로 세상을 이끌어가자. Reader가 진정한 Leader다.

이남석 - 성공회대학교에서 정치사상사와 문화정치론을 강의하고 있다. 10여 년 넘게 매주 토요일 플라톤, 니체, 프로이트 등의 주요 저작을 읽는 책 읽기 모임을 진행중이다. 최근 『군주론』을 번역· 주해한 『군주론-시민을 위한 정치를 말하다』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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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호 (2017.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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