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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특집] 충청북도만의 정체성 찾기 나선 김영환 충북지사 

“‘중심(中+心=忠)’이 바로 충북의 정체성”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시인·의사·정치 등 다양한 경험 살려 창의적인 정책 발굴 주력
문화예술·교육 등 정주의식을 높이기 위한 ‘질적 성장’에 초점


▎김영환 충북지사는 의사, 문학, 정치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쌓아온 경험을 정책에 녹여내며 ‘플랫폼 기획자’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 사진: 충청북도
7월 8일 오후 충북 청주시 상당구에 있는 충북도청에서 김영환 충북지사를 만났다. 그의 집무실 한쪽에는 대청호 전경을 담은 커다란 사진액자가 걸려 있었다. 3만 피트(약 9100m) 상공에서 찍은 대청호는 살아서 꿈틀대는 황금빛 용(龍)의 모습이다. 김 지사는 “충청북도를 하나로 보는 시각이 있기에 저런 그림을 볼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업적 홍보보다 자신의 철학을 설명하고 싶어 했다.

“사물을 어디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관점이 달라져요. 내 눈에는 충청북도가 하나의 설치미술이고 캔버스로 보여요.” 김 지사는 자신이 “정치인으로서 난독증에 빠져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난독증은 글을 못 읽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걸 보는 것”이라는 해석도 곁들였다. 다른 사람이 해왔던 것과 다른 정책에 천착하는 자신의 집요함을 난독증에 빗댄 말이다.

김 지사의 이력은 모난 곳 없이 무던한 원형과 거리가 멀다. 치과의사이면서 시인이자 작가로도 활동했다. 그의 저서는 20권이 넘고, 지금껏 쓴 시가 1000편이 넘는다.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돼 벤처 열풍이 불었던 2001년 김대중 정부의 세 번째 과학기술부 장관으로도 일했다. 국회의원 경험도 4선이나 되는 중진 정치인이다.

그동안의 이력과 대담 자료를 살펴보니 관점이 남다른 플랫폼 기획자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사는 게 의미 있는 것인가란 질문을 늘 던진다. 내가 하는 일은 죽은 공간을 어떻게 살려내느냐, 결핍의 땅을 어떻게 긍정의 땅으로 바꿔놓느냐다. 생기를 불어넣는 것은 존엄을 주는 것이다. 남들과 다른 것을 만들려면 다르게 봐야 하고, 다르게 보려면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내겐 그런 예술가적 기질이 있다.”

“지난해 출생아 수 증가, 발전 기반도 마련”


▎김영환 충북지사 집무실에는 3만 피트 상공에서 내려다본 대청호 전경 사진이 걸려 있다. 황금색 용이 꿈틀대며 하늘로 비상하는 듯한 형상이다. / 사진: 충청북도
한자를 이용해 만든 충북의 새 브랜드 ‘중심’이 무척 흥미롭다.

“‘중심에 서다’라는 충북의 새 이름을 찾아낸 것을 도지사가 돼 한 일 중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충북의 이름이 무엇인가?’, ‘충청북도의 브랜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늘 던져왔다. ‘중심에 서다’는 충청북도가 지리적 위치, 사회 전 분야, 국내외 위상 등 모든 곳, 모든 것의 중심이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중(中)과 심(心)이 합쳐져 충(忠)북을 이룬다는 우리 도(道) 고유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의 중심을 넘어 세계의 중심’으로 나아가겠다는 충북의 비전과 ‘혁신·성장·역사·문화·산업·교통 등 모든 분야의 중심’으로 우뚝 서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민선 8기 출범 뒤 투자유치 금액이 51조원을 넘어섰다.

“그렇다. 당초 목표액 60조원 중 51조원을 이미 달성했다. 역대 최단 기간, 최대 성과다. 특히 SK하이닉스가 AI용 반도체 HBM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상반기 청주M15X에 20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D램 생산기지 구축 건설 공사를 재개해 지역 상권의 기대감이 커졌다. 그러나 실적을 살펴보면 제조업에 편중된 대기업 중심의 투자유치, 양질의 일자리 부족 등 구조적 취약점이 상존한다. 민선 8기 후반기는 우리에게 부족한 서비스업,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유치 업종의 다변화를 통해 도민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투자유치 100조원 달성에 최선을 다하겠다.”

최근 중부내륙특별법이 시행되기도 했다.

“6월 27일 시행된 특별법은 1896년 충청북도가 생긴 이래 최대, 최고 사건이다. 충북이 받아온 차별과 소외를 극복하고, 우리 운명을 우리 손으로 개척할 수 있는 든든한 법이 생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다른 지역의 특별법 제정이 최대 10년까지 걸린 것을 고려하면 1년 만에 제정된 것은 놀라운 성과다. 그러나 제정 과정에서 주요 특례사항이 다수 삭제돼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선 신속한 개정이 필요하다. 특별법이 성공적으로 안착해 소멸해가는 충북과 중부내륙지역을 살리고, 대한민국 제2의 도약을 견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취약계층 의료비 후불제 상환율 99.5%, 성공 정착”


▎충북 청주 오송읍은 생명과학단지와 보건의료행정타운, 첨단의료복합단지가 들어선 바이오 클러스터다. 정부가 글로벌 수준의 K-바이오스퀘어를 오송으로 결정하면서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 / 사진: 충청북도
지난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출생아 수가 증가한 것도 눈에 띈다.

“7580명으로 출생아 수가 전년 대비 128명 는 것은 물론 합계출산율도 0.89명으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0.02명 증가했다. 출산육아수당 등의 효과로 어렵게 마련된 인구위기 극복의 실마리를 바탕으로, 출생아 수 증가세를 지속 견인하기 위해 결혼·임신·출산·돌봄 등 단계별로 더 과감한 도민 체감형 저출생 대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앞으로도 더욱 촘촘하고 섬세한 정책을 지속해서 발굴·추진해 대한민국 인구정책의 새로운 롤모델로 자리매김하겠다.”

지역 소멸 위기 극복 방안으로 K-유학생 1만 명 유치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들었다.

“유학생 선발부터 학업·취업·정주까지 체계적 지원과 함께 충북형 일자리 사업을 연계해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유학생들이 학업과 일을 병행할 수 있는 제도다. 도가 직접 해외 현지를 방문해 K-유학생 제도를 홍보하는 등 적극적 유치 활동을 펼쳤다. 4월 30일 기준 올해 충북의 외국인 유학생은 5353명으로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 뿌리산업 학과부터 첨단 산업 석·박사 과정까지 다양한 과정의 유학생이 큰 폭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수 유학생들이 졸업 후 지역 기업에 취업하고, 안정적으로 정주함으로써 지역 소멸을 해결하는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충북 오송은 식약처 등 6대 국책기관 등이 자리한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서도 성과들이 있었다. K-바이오스퀘어 조성 국가계획 반영, 바이오 소·부·장 특화단지 지정, 첨단재생바이오 글로벌 혁신특구 지정 등이다. 첨단바이오산업은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미래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산업 중 하나다. 충북이 선도하고 있다. 마침 대통령께서도 지난 3월 충북 민생토론회 때 오송을 중심으로 첨단바이오를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오송클러스터를 바이오 특화단지로 지정해 오가노이드 기반 재생치료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고 전후방 산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특화단지 내 소·부·장 기업 제품을 이용해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를 생산하는 등 세계 최고 오가노이드 밸류체인을 구축해 나갈 생각이다.”

충북은 문화기반시설이 전국 대비 평균 이하라는 통계가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공연장, 미술관, 도서관 등 도내 부족한 문화 인프라 확충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각 시·군에서도 문예회관, 생활문화센터, 작은영화관 등 문화시설을 확충하고 있고 박물관, 미술관 건립도 추진 중이다. 먼저, 도립 대표도서관의 경우 지난해 11월과 12월 도민들의 의견 수렴을 위해 건립 공청회를 두 차례 실시했고, 그 결과를 반영해 청주 밀레니엄타운 부지에 연면적 1만3000㎡ 규모로 조성할 예정이다.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 용역 진행 단계인 충북아트센터도 중부권 최대 규모, 대표 랜드마크로 건립할 계획이다.”

작년 1월 전국 최초로 시작한 의료비 후불제는 확장성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해 골든타임을 놓치거나 건강을 잃어버리는 도민이 없도록 하고 싶었다. 의료 취약계층에게 의료비를 300만원 한도 내에서 대출해 주는 제도다. 도가 이자를 납부하고 환자는 36개월간 원금을 분할 상환하는 방식이다. 6월 21일 기준 임플란트, 척추·관절질환, 심·뇌혈관 등의 질환을 가진 777명이 참여를 신청했다. 일부 우려와 달리 상환율이 99.5%에 달하고 체납자는 단 3명뿐이다. 새로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수요를 반영하기 위해 사업 대상에 2자녀 이상 다자녀 가구까지 포함하는 내용을 복지부와 협의하고 있다.”

“‘어쩌다 못난이 김치’, 충북 대표브랜드로 육성”

농가와 산업현장의 일손 부족 문제 해결에도 공을 들였다고 들었다.

“지역 인력난과 구직난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도시의 유휴인력을 ‘도시농부’와 ‘도시근로자’로 육성하는 일자리 모델을 탄생시켰다. 특히 도시농부는 하루 근로시간을 4시간으로 줄여 육체적 부담을 덜게 된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농가 또한 외국인노동자보다 숙련된 노동인력을 적은 인건비(농가부담 3만6000원)로 받으니 반응이 좋다. 도시근로자는 시행 초기 1일 4시간 근무형태가 생소해 기업이 난색을 보이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도내 전 지역을 대상으로 전면 시행 2년 차에 접어들면서 제도가 안착됐다. 도내 91개 기업이 인력난 타개를 위해 도시근로자를 활용하고 있다.”

이른바 김치 의병운동으로도 불렸던 ‘못난이 김치’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어쩌다 못난이 김치’는 2022년 배추가격 폭락으로 판로에 어려움을 겪던 농가를 돕고, 합리적 가격의 국산 김치를 소비자에게 공급하기 위해 시작했다. 지난해 4월 세계 3대 광고제인 뉴욕페스티벌(NYF)이 주최하는 ‘2023년 대한민국 국가브랜드대상’에서 가공식품 부문에 선정된 뒤 관심을 끌었다. 현재는 못난이 김치를 충청북도 김치브랜드로 키우고 있다. 품질 좋은 배추와 100% 국산 농산물을 활용해 지난해부터 본격 생산을 시작했다. 지난 6월 7일까지 424t, 15억4000만원어치를 판매했다. 올해에만 1000t, 30억원 판매를 목표로 국내외 판로 확대, 상품 개발 등을 진행 중이다.”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원정책이 있나?

“우선 충북 소상공인육성자금 지원 규모를 키웠다. 사업 자금은 1800억원으로 200억원 늘렸고 지원 한도도 7000만원으로 전보다 2000만원 높였다. 6월부터는 충북형 디지털 전환 소상공인육성자금지원 제도를 시작했다. 충북형 공공배달앱을 이용 중인 개인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최대 200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특성화시장 육성 사업 등도 진행하고 있다. 지역 문화·관광자원 연계 특화콘텐트 개발 지원, 온라인 판로 개척을 위한 인적·물적 배송인프라 구축 등으로 전통시장 활성화와 자생력 강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4년 임기의 반환점을 돌았다. 도민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지금까지 충북은 산업, 경제 분야에서 양적 성장을 이뤄내며 눈부신 발전을 이룩해 왔다. 하지만 여기서 자족하고 안주한다면 충북의 지속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농구의 ‘피버팅(Pivoting)’처럼 도정 방향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기존 양적 성장 전략은 유지하되 문화예술·교육 등 정주의식을 높이기 위한 질적 성장에 도정의 초점을 맞춰나갈 예정이다. 임기 후반은 충북을 ‘대한민국의 중심’, 나아가 ‘세계의 중심’으로 도약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충북의 체질을 획기적으로 바꿔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충청북도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인식되고, 세계인들에게 ‘가장 가보고 싶은 곳’으로 손꼽힐 수 있도록 만들어 도민 여러분과 충북의 자긍심을 높여드리겠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202408호 (202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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