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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루 정신’ 필요하다? 나경원이 언급한 그날의 진실 

 

최현목 기자
몸싸움‧고성‧욕설…2019년 패스트트랙 사태로 ‘동물국회’ 오명
국회선진화법도 무용지물, 당시 고발된 여야 의원만 100명 넘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2019년 4월 26일 오전 국회 의안과 앞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빠루(쇠 지렛대)를 들고나오고 있다. 중앙포토
“(2019년 패스트트랙 정국 때) 제가 갑자기 빠루(쇠 지렛대)의 여신이 되지 않았나. 지금은 빠루의 정신이 필요한 것 아닌가.”

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새로운미래를준비하는모임(새미준) 세미나에서 “‘기승전 대통령 탄핵’으로 가는 더불어민주당의 의회 폭거를 막으려면 의회에서 투쟁해본 사람이 낫지 않느냐”며 이같이 주장했다.

앞서 나 후보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을 두고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한 후보에게 책임을 추궁했다. 그러자 한 후보는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관여할 수 없다”며 “나 후보로부터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를 취소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지만, 제가 그럴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고 폭로했다.

20대 국회 막바지인 2019년은 ‘동물국회’라고 불렸다. 국회의원들이 요지부동으로 일하지 않는 식물국회와는 달리, 마치 야생동물처럼 서로 물어뜯는 현상을 일컫는다. 당시 국회는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의 신속처리대상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을 앞두고 충돌이 벌어졌다. 여야 지도부는 의원뿐만 아니라 보좌진, 당직자들까지 동원해 몸싸움‧고성‧욕설을 주고받았다.

韓, 논란 커지자 공식 사과


▎지난 2019년 4월 26일 새벽 더불어민주당 당직자와 국회 관계자들이 여야 4당의 수사권조정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빠루’와 ‘망치’를 사용해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점거한 국회 의안과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국회 본청 7층 의안과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이 패스트트랙 법안이 접수되는 의안과를 점거하자 국회 의안과에 경호권이 발동됐다. 당시 국회 경호원들은 의안과 문을 열기 위해 동원한 것이 빠루였다. 하지만 한국당 당직자들이 경호원의 빠루를 빼앗았고,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의안과 복도에서 진행된 긴급 의원총회에서 해당 빠루를 들고나와 화제가 됐다.

패스트트랙 정국은 물리력으로 국회를 막아섰다는 점에서 흑역사로 꼽힌다. ‘몸싸움하지 말자’고 만든 국회선진화법도 소용없었다. 당시 고발된 여야 의원만 100명이 넘는 초유의 사태였다.

한편 한 후보는 나 후보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 부탁’ 논란이 커지자 공식 사과했다.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은 공수처법 등 악법을 막는 과정에서 우리 당을 위해 나서다가 생긴 일”이라며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폄훼하려는 생각이 아니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최현목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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