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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이 새로 쓰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남한강변의 폐사지(廢寺址) 

마음이 울적하거든
빈 절터로 가보라! 

사진·주기중 기자 clicki@joongang.co.kr
우리나라 산천에 발견된 것만 5393개… 깊은 산중 한갓진 빈터의 녹슨 안내판과 무너져가는 삼층석탑에서 찾는 위안
폐사지(廢寺址). 절도 스님도 지나가는 사람도 없는 적막한 빈터. 뿌리째 뽑힌 주춧돌이 모로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무성히 자란 잡초들이 그 옛날을 덮어버린 폐사지에 가면 사람의 마음이 절로 스산해진다. 그러나 폐사지에는 폐사지 만의 미학이 있다. 금색 빛나는 불상을 모셔놓고 단청 화려하게 꾸민 절집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서의 환기가 있다.



산 넘고 물 건너, 열 굽이 스무 굽이 고갯길 넘어, 깊은 산중 한갓진 빈터의 녹슨 안내판에서 절터의 만만치 않은 내력을 읽어보고, 발부리에 걸리는 돌멩이를 일없이 걷어차며 무너져가는 삼층석탑 앞에서 이 사라진 절집의 나이를 헤아려보기도 하다가, 절터 한켠에 돌거북이 짊어진 비석에 다가가 손가락으로 비문을 짚으며 읽어보기도 하고, 품 넓게 자란 해묵은 느티나무 그늘에 앉아 바람에 실려가는 새털구름이 산자락 넘어가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보면 머릿속은 무엇에 빨려가듯 텅 비어지고 마음은 넓게 열린다. 어제의 내가 아닌, 세상에 갓 태어나 첫 울음을 터트릴 때의 내 모습 원단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래서 나는 “마음이 울적하거든 폐사지로 떠나라”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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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호 (2012.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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