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커스

Home>월간중앙>투데이 포커스

‘정의찬 적격 번복 사태’로 몸살 앓는 민주당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정의찬 “사면·복권된 사안, 검증위 소명 기회도 안 줘”
친명조직까지 나서서 부당함 호소, 탄원 운동도 펼쳐


▎정의찬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15일 총선 후보 검증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 예비후보의 학생운동 시절 민간인 고문치사 사건 논란으로 총선 후보자 심사 적격 판정을 뒤집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정의찬 적격 번복 사태’로 내홍을 앓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전남 해남·완도·진도 지역구 출마를 위해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정의찬 예비후보는 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에서 ‘적격’ 판단을 받았지만, ‘이종권 치사 사건’에 연루된 것이 언론에 재조명되면서 적격 판정이 번복됐다.

정 예비후보는 17일 입장문에서 “현행 당헌·당규 어디에도 없는 절차상 하자가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당사자 소명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고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소명할 어떤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며 검증위에 이의신청했다. 20여년 전 형사처벌과 사면·복권이 끝난 사안을 가져와 공천 배제의 근거로 사용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종권 치사 사건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산하 광주·전남대학총학생회연합(남총련) 의장이자 조선대 총학생회장이던 정 예비후보 등 남총련 간부 6명이 전남대 학생 행세를 하던 25세 이종권 씨를 경찰의 프락치로 의심해 1997년 5월 사무실로 끌고 가 집단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정 예비후보는 김대중 정부이던 2002년 특별사면·복권됐다.

정 예비후보는 자신이 당시 폭행 현장에도 없었는데 검증위가 권한을 남용해 적격 판단을 번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폭행 현장에 없었고 폭행을 지시하지도 않았지만, 가담자들에 대한 수사당국의 강압적 수사에 의장으로서 책임을 지기로 결심하고 법적, 도덕적 책임과 의무를 다한 사건”이라며 “양심에 걸렸다면 공직후보자 선거에도 나서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형배 의원 “검증위가 권한 남용” 비판


▎11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 1차 회의 모습. 검증위가 정의찬 예비후보에 대한 ‘적격’ 판단을 번복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 예비후보는 광주광역시 광산구청 열린민원실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비서관,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 등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서 여러 번 공직을 맡은 적이 있지만, 그동안 이 사안이 취업에 결격사유가 된 적은 없었다. 다만 2021년 8월 한 언론의 보도로 이 사건이 알려져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인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사무총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이에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형배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 예비후보 적격 번복, 이의신청처리위원회가 바로잡아야 한다”며 “검증위원회는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당사자 해명도 듣지 않았다. 검증위가 ‘예외 없는 부적격 기준’을 확대해석해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이어 “정 예비후보는 논란이 된 사건의 직접 행위자가 아니다”며 “저는 ‘정 예비후보의 공정한 자격 심사 요청 탄원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의 친명 외곽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정 예비후보에 대한 적격 번복은 부당하다”며 탄원 운동을 시작했다.

사태는 확전되는 양상이다. 금태섭 전 의원이 최근 창당한 ‘새로운 선택’의 곽대중 대변인은 20일 “이제는 검사님이 정의를 증명하실 시간”이라며 양부남 민주당 법률위원장을 지목했다. 당시 검사로 이종권 치사 사건을 수사했던 양 위원장은 지난 2020년 부산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에서 퇴임한 후 서울 서초동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다 지난 2021년 이재명 대표에 의해 민주당에 영입됐다.

곽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1997년 5월, (정 예비후보 등) 주사파 운동권 학생들이 멀쩡한 민간인을 경찰 프락치라면서 밤새도록 때리고 고문해 죽였던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 검사 중 한 명으로 알고 있다”며 “그 사건의 주범인 정 예비후보가, 자기는 현장에 있지도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0여 년이 지났다고 국민을 졸로 보고 우롱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시 고문이 자행된 학생회실에서 ‘정의찬’이라는 팻말을 목에 걸고 현장 검증을 하며 자신의 폭행을 재현했던 인물은 다른 인물인 거냐”며 “아니면 수사 검사의 강압에 학생들이 허위 자백을 한 거냐”고 따져 물었다.

양 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판결문을 보고 파악하면 된다”며 “더는 자신에게 묻지 말라”고 짧게 답했다. 앞서 양 위원장은 다른 언론에서 “오랜 시간이 지났고 수없이 많은 사건을 담당했던 만큼 당시 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기억이 없다”면서 “당시 사건과 관련된 공소장이나 판결문으로 진상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