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C 주식 가치 증가 기여분 최소 10배 오류”“‘6共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 오해도 반드시 풀 것”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관련 입장을 밝힌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 SK수펙스추구협의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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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이 “최근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에서 조 단위 재산 분할 판단 등에 영향을 미친 ‘주식가치 산정’에 치명적 오류가 발견됐다”며 “상고심을 통해 바로잡겠다”고 17일 밝혔다. 최 회장 측은 그동안 ‘6공 비자금 300억원 유입’ 등을 인정한 재판부 판단에 이의를 제기해왔다. 판결 내용의 구체적 오류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최 회장 측 법률 대리인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 회장이 1994년 취득한 대한텔레콤(현 SK C&C) 주식의 가치 산정에 있어 항소심 재판부가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고 주장했다.“판결의 주 쟁점인 주식 가치 산정 과정에서 오류를 범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내조 기여가 극도로 과다하게 계산됐다”는 게 최 회장 측 주장의 핵심이다. 이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가 해당 오류에 근거해 SK㈜ 주식을 부부 공동 재산으로 판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산 분할 비율을 결정했다”고 했다.대한텔레콤은 SK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의 모태다. 대한텔레콤 주식에 대한 가치 산정이 현재 SK㈜의 가치를 따져보는 근간이 되는 이유다. SK그룹에 따르면 최종현 선대회장은 1994년 장남인 최 회장에게 대한텔레콤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약 2억8000만원을 증여했다. 최 회장은 이 비용으로 같은 해 11월 누적 적자 규모가 수십억원 이상이던 대한텔레콤 주식 70만주를 주당 400원에 매수했다. 1998년 SK C&C로 사명을 바꾼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격은 이후 두 차례 액면 분할을 거치면서 최초 명목 가액의 50분의 1로 줄었다.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1994년 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에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엔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는 게 SK 측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한상달 청현 회계법인 회계사는 “두 차례 액면 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닌 1000원”이라고 했다.재판부가 1994년부터 1998년 선대회장 별세 시점과 이후부터 2009년 SK C&C 상장까지의 가치 증가분을 비교하면서 잘못된 결과치를 바탕으로 산정해 회사 성장에 대한 선대회장의 기여 부분을 12.5배로,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판단했다는 게 SK 측 주장이다.재판부는 최 회장의 기여도가 선대회장의 기여도보다 훨씬 크다고 전제하고, 최 회장에 내조한 노소영 관장의 기여분을 인정해 재산 분할 비율을 65대35로 정함으로써 약 1조3800억원의 재산 분할을 판시했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노 관장 측의 다른 기여분에 대해서도 다뤘지만, 사실상 SK㈜ 주식의 가치 성장이 재산 분할에 있어서 가장 큰 부분이라고 봤다.하지만, 이러한 재판부 결정에 기초가 된 계산 오류를 100원에서 1000원으로 바로잡는다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게 최 회장 법률 대리인 측 설명이다. 당초 재판부가 12.5배로 계산한 선대회장의 기여분이 125배로 10배 늘고, 355배로 계산한 최 회장의 기여분이 35.5배로 10분의1배 감소한다는 이유에서다. 최 회장 측 주장대로라면 ‘100배’의 왜곡이 발생하는 셈이다.이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는 잘못된 결과치에 근거해 최 회장이 승계 상속한 부분을 과소평가하면서 최 회장을 사실상 창업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했다”며 “이에 근거해 SK㈜ 지분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결정하고 분할 비율 산정 시에도 이를 고려한 만큼, 앞선 치명적 오류를 정정한 후 결론을 다시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재산 분할 판단에 있어 기초가 되는 숫자에 결함이 있는 만큼, ‘산식 오류→잘못된 기여 가치 산정→자수성가형 사업가 단정→SK㈜ 주식을 부부 공동 재산으로 판단→재산 분할 비율 확정’으로 이어지는 논리 흐름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최 회장 측은 이러한 오류와 함께 ‘6공 유무형 기여’ 논란 등 여러 이슈에 대한 법리적 판단을 다시 받기 위해 대법원에 상고한다는 방침이다. 이 변호사는 “법원 판단이 존중받아야 함은 당연하지만, 항소심 판결에 나타난 객관적 오류와 잘못된 사실 인정에 근거한 판단에 대해서는 상고를 통해 바로잡고자 한다”고 말했다.이 변호사는 “이 외에도 항소심 재판부가 6공의 기여 존재 여부 등 중요한 이슈에 대해 그 판단 내용을 외부에 직접 공개했다”며 “오해 소지가 많은 실명의 가사 판결문이 무차별적으로 온라인에 유출돼 게시되면서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 기정사실화되는 등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만큼, 부득이 최 회장 측 입장을 대외적으로 밝히게 됐다”고 설명했다.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은 “이번 항소심 판결로 SK그룹 성장 역사와 가치가 크게 훼손된 만큼, 이혼 재판은 이제 최 회장 개인 문제를 넘어 그룹 차원의 문제가 됐다”면서 “6공의 유무형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이라는 법원 판단도 상고심에서 반드시 바로잡고 싶다”고 말했다.이 위원장은 “6공과의 관계가 오랜 기간 회사 이미지와 사업 추진에 오히려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상고심을 통해 회사의 명예를 다시 살리고 구성원의 자부심을 회복하겠다”고 덧붙였다.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